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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8.22 '우리 정동진에 가자' 그런 날이 있었다. 정동진에 가자고. 오늘은 기차를 타야한다고.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야한다고. 장난스럽게 시작된 문자는 점점 진지해졌고. 처리해야하는 업무들 사이사이로 나는 기차 시간을 검색하고 누군가는 들떴고. 또 누군가는 가방에 짐을 챙겼다. 어쩌면 잠시 후면 바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결국 그 여행의 기대감은 기대감 속에서 사라졌고. 그 날 밤 우리 셋은 시끄러운 거리에서 잠잠하게 머물렀다. 노래를 불렀고 기름 튀는 불판 앞에서 고기도 먹고. 이제는 사라진 조용하던 술집에서 웃고 떠들었다. 그 날 정동진으로 가지 못한 건 결국 우리의 결정이었지만 조금 아깝다. 그렇게 떠나볼껄. 밥도 먹어야하고 잠자리도 정해야하고 기차표도 예매해야하.. 더보기
7.12 이게 자랑인가. 나한테는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 오래전에 몇 년은 더 전에 여행하다 찍은 사진이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고. 모두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 때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서 7명의 친구들에게 보냈었다. 그리고 오늘 친구에게 받은 사진 하나. 그때 보내준 사진을 보며 위로한다는 짧은 문자와 함께. 심장이 쿵쾅쿵쾅. 계속 사진을 봤다. 보고 또 봤다. 그러다가 또 보고. 나의 사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있구나. 그래. 그러면 나는 그거에 또 감사하고. 그때보다 나는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졌지만 나는 돌아서고 도망쳤지만 너는 잘해냈으면 좋겠다. 끝까지 해보고 돌아서는 것에는 후회가 없을테니까. 고마워. 나의 마음을 잘 간직해줘서. 더보기
7.11 벌써 몇 달 전 이야기지만. 봄이었고. 날은 좋았고. 나의 운전 실력은 늘지 않았지만 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랑 마트도 가고 차도 별도 없는 도로를 달린 적이 있었다. 날씨는 엄청 좋았고 나무는 한없이 푸르고 있었다. 뭔가 우리가 여태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맞이할 쯤 엄마가 그랬다. 아빠가 참 좋아했겠다. 심장이 쿵. 손에서 땀이 쭉. 눈에서 눈물이 핑.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나. 아니면 너무 갑작스런 엄마의 말에 당황스러웠나. 좋은 걸 할때마다. 새로운 일 앞에 설 때마다 엄마도 아빠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 또 눈물이 핑. 아침 6시. 깰 시간이 아닌데. 깨서 창 밖을 보다가 그래. 함께 했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싱숭생숭. 좀 더 일찍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얼마나 좋아했.. 더보기
7.4 여름의 초입. 장마 시작. 새벽에 무심코 튼 노래의 가사는 네가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줄 몰랐다고. 오랜만에 체증때문에 잠 못 이루다가 문득. 생각나는 사람. 아니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사람. 나는 허공에대고 빈다. 어디에서든 잘 살고 있으라고. 그저 어디쯤. 저쪽 어디쯤. 잘 살고 있으라고. 그럼 나도 잘 지내고 있을거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니 그럼 우리는 함께 여기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큰 욕심 안부리고 그저 그정도. 노래하는 한 여자를 보며 저 사람하나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얼마인가를 생각해보니. 참으로 크다는 생각. 아주 먼 사람. 한번 말해보지 못한 사람도 이렇게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데. 나와 함께 이야기하고 같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이 나에게 준 영향은.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 더보기
6.7 밤을 샜다. 꼬박 하루를 보고 있다. 끝을 향해 써내려가는 것과 그저 현재를 써내려가는 것 그것의 차이는 크겠지. 아차. 그 말을 듣고 여태까지 내가 풀 수 없었던.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들이 풀렸다. 써내려가면서 풀어가는 힘을 가지게 하는 것 그때마다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이야기가 힘을 가지는 것. 그래. 그것이었구나. 식물이 커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한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어째서. 몽롱. 외러워. 혼자 여행을 간 곳에서 누울 때마다 '아 외로워' 주문처럼 외고 잤다. 그래도 아침이면 느긋하게 일어나고 모두 떠난 자리에 누워 들어오는 해를 보다가 그래 어디든 걸어야지. 하고 나갔다. 나의 여행의 한 부분에는 외로움이 있다. 지우려고 해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