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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6.7


밤을 샜다. 꼬박 하루를 보고 있다.

끝을 향해 써내려가는 것과 그저 현재를 써내려가는 것
그것의 차이는 크겠지. 아차. 그 말을 듣고 여태까지 내가 풀 수 없었던.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들이 풀렸다.
써내려가면서 풀어가는 힘을 가지게 하는 것 그때마다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이야기가 힘을 가지는 것. 그래. 그것이었구나.

식물이 커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한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어째서.

몽롱. 외러워. 혼자 여행을 간 곳에서 누울 때마다 '아 외로워' 주문처럼 외고 잤다. 그래도 아침이면 느긋하게 일어나고 모두 떠난 자리에 누워 들어오는 해를 보다가 그래 어디든 걸어야지. 하고 나갔다. 나의 여행의 한 부분에는 외로움이 있다. 지우려고 해고 지울 수 없는 것.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너의 생일마냥.

함께 밥을 먹는 것. 밥을 먹다가 웃긴 이야기에 양손에 수저를 들고 웃는 것. 한참 웃다가 다시 밥을 먹는 것. 익숙해지는 것. 그래서 편해지는 것.

오랜만에 해가 나왔다. 비가 좀 더 오지. 이제 진짜 더워지기만 할거니까. 좀 더 흐려도 될텐데.
한 동안 이불을 끌어당기며 잠에 들었다. 창문을 닫았고. 좀 쌀쌀하고 쓰다듬는 팔이 찬 것도 좋았는데.
이제 가을을 기다려야 하겠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어느새 멀어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래. 그것도 내가 한 거니까. 멀어지게 한 것도 나니까. 어쩔 수 없다.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어제 밤은 조금 슬펐다. 모두 떠나지 오래도록 머무르지 않았다. 안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조금 더 머물러줘. 아니면 다시 나를 찾아주든지. 좀 외롭고 좀 졸리고 또 좀 쓸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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