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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3.21


수첩 한면에 무작정 적어둔 편지.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수첩을 넘기는데 그게 눈에 들어왔다.
받을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을 앞에 두고 그 글을 읽는다.
K. 라고 시작하는 글귀는 고맙다고. 나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오늘에야 안다.
종이를 찢어 당장 그에게 주려다 만다.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는 법이지.
이게 지금 전해진들 무슨 소용이냐 싶어 수첩을 닫았다.

수많은 편지를 쓰고. 나는 기억나지 않는 편지도 많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고 키득키득거릴 나의 편지는 지금 당신에게 잘 도착해 어디쯤에서 소근대고 있을지.

봄이면 편지를 쓸거라고.
아주 흐린 잿빛 하늘 아래 피아난 유난히 노랗던 개나리를 보면서.
나도 너에게 그런 개나리같은 노란색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지. 그때 그 봄처럼.

며칠 전에 편지지를 만지작 거리다 말았다.
무슨 말을 쓸지. 이제 우리 같은 시간 어디쯤에도 스치질 않으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결론.

봄이니까. 봄이라서. 그런 이유를 들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 보고싶은 사람 앞에 놓이고 싶은 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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