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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꽃이 만개했고 비가 오고 벌써 반쯤 떨어졌다 피어나는 것을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은이제 조금 사라졌다.몸과 마음이 어긋나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내가 나를 읽어내지 못할 때마다 몸은 조금씩 무너졌다. 미뤄두었던 청소는 하루 더 미루기로 한다. 버리기로 한 마음도 결국 하루 더 안고 간다. 열어두었던 창을 해가 지고야 닫는다. 어쩐지 익숙한 전과는 다른 이 바람 냄새는 어디서 불어온 거지 그래서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 거지 더보기
2.28 최선을 다해 친구와 여행했다. 나도 기다린 날이었다. 내가 갔던 곳을 함께 가고 혼자서는 가지 않을 곳도 가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낯선 것이 익숙해지는 경험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마저도 괜찮았던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시간이 또 하나 늘었다. 더보기
1.31 반추하지 않는다. 지나간 일은 흘려보낸다. 답답한 마음을 찬바람으로 식히던 날 며칠 전 읽은 글귀도 친구의 조언도 ’반추하지 않는다’는 그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만난 사람현실엔 없는 이야기가 가득한 꿈 속에서도 매번 고개를 돌리면 나타나는 그 집에서 나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소리가 되지 못하는 꿈엔 언제쯤 소리가 날 수 있을까 더보기
12.31 가벼운 가방을 하나 사야겠다.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넣고 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가야겠다.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내게로 걸어가는 것 결국 나를 보듬어주는 것은 나뿐 더보기
11.30 저마다의 빠르기가 다르다. 나 뭐가 그렇게 조급했나한발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사실은 아주 간단한 일인데.놀이터 단풍잎 아래 아이가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고함을 지른다 달리고 빙글빙글 돌고 방방 뛰어도 본다 그래도 식지 않는 열기는 단풍잎 같이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소리를 지른다. 저런 때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젠 잊었다. 선명해지지 않는 때가 온다는 건 다행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