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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분명 잠에 들었는데 잠에 든 나의 숨소리를 내가 듣고 있다 불안과 불안정이 요동치던 때 그때 나는 나에게 물었다 “지금 이대로 사라져도 괜찮아?” 짧았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 대답한다 “아쉬운 게 있지만 이쯤이어도 괜찮아” 그리고 삼켰던 말 ’조금 더 다정하고 단정한 사람이었다면’ 결국은 그것 더보기
9.30 새 비누를 꺼냈을 때 이걸 다 쓰기 전엔 결정하자 했는데 오늘 아침 비누를 다 썼다는 걸 깨달았다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또 다시 비누를 꺼낸다빽빽하게 늘어선 출근길 차들을 뚫고 먼 산속으로 들어갔을 때 흘러넘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흘러넘쳐서 비워졌는데 채워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나에 대해서 이른 아침 반짝이는 강을 보는 까마귀처럼 서서눈 뜨면 반짝이고 눈 감으면 사라지는 찰나를 생각한다 그만큼 잠깐이라고 무언가 꿈꾼다고 하지만 아무 꿈도 꾸지 않는다 그건 좀 오래되었다 더보기
8.31 더위는 여전한데 8월이 갔다낮에 시작한 산책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사람들의 얼굴에 목덜미에 주룩주룩 흐른 땀은 이제야 조금 식는다 결국 이 여름도 지나간다 좋아하고 소중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버린다 이젠 비우는 것보다 가지려고 할 때 몇 번은 더 생각한다 결정은 조금 늦어지지만 품지 않으면 버릴 것이 없다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살면서 가장 또렷하게 체득하고 있는 것 중 하나 흘러간다 지나간다 사라진다 이런 말들을 떠올린다 더보기
7.31 먼 길을 달려 도착한 곳에나를 기다려준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공항에서 텅빈 로비에서 버스 터미널에서 익숙한 그 지하철 역에서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커피점 창가에서 결국 내 곁에 남고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해 그려만 보는습기 가득한 해도 뜨지 않은 하지만 벌써 땀이 찐득해진 매캐한 오토바이 매연이 가득한 그 새벽을 달려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그곳의 지난 시간을 차례로 지나 무너진 것 위에 솟아나는그곳으로 달려간다 나를 기다릴 그래서 내가 잊지 못하고 사랑하게 될 그곳으로 더보기
6.30 살아있는 것을 쓰다듬고 싶었다작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에 손을 올리고 숨도 맞춰보며 오래도록 쓰다듬다 보면 잔잔해지겠지 어느 쪽으로든 결이나겠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