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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새 비누를 꺼냈을 때 이걸 다 쓰기 전엔 결정하자 했는데 오늘 아침 비누를 다 썼다는 걸 깨달았다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또 다시 비누를 꺼낸다빽빽하게 늘어선 출근길 차들을 뚫고 먼 산속으로 들어갔을 때 흘러넘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흘러넘쳐서 비워졌는데 채워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나에 대해서 이른 아침 반짝이는 강을 보는 까마귀처럼 서서눈 뜨면 반짝이고 눈 감으면 사라지는 찰나를 생각한다 그만큼 잠깐이라고 무언가 꿈꾼다고 하지만 아무 꿈도 꾸지 않는다 그건 좀 오래되었다 더보기
8.31 더위는 여전한데 8월이 갔다낮에 시작한 산책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사람들의 얼굴에 목덜미에 주룩주룩 흐른 땀은 이제야 조금 식는다 결국 이 여름도 지나간다 좋아하고 소중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버린다 이젠 비우는 것보다 가지려고 할 때 몇 번은 더 생각한다 결정은 조금 늦어지지만 품지 않으면 버릴 것이 없다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살면서 가장 또렷하게 체득하고 있는 것 중 하나 흘러간다 지나간다 사라진다 이런 말들을 떠올린다 더보기
7.31 먼 길을 달려 도착한 곳에나를 기다려준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공항에서 텅빈 로비에서 버스 터미널에서 익숙한 그 지하철 역에서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커피점 창가에서 결국 내 곁에 남고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해 그려만 보는습기 가득한 해도 뜨지 않은 하지만 벌써 땀이 찐득해진 매캐한 오토바이 매연이 가득한 그 새벽을 달려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그곳의 지난 시간을 차례로 지나 무너진 것 위에 솟아나는그곳으로 달려간다 나를 기다릴 그래서 내가 잊지 못하고 사랑하게 될 그곳으로 더보기
6.30 살아있는 것을 쓰다듬고 싶었다작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에 손을 올리고 숨도 맞춰보며 오래도록 쓰다듬다 보면 잔잔해지겠지 어느 쪽으로든 결이나겠지 더보기
5.31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하지 말라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법구경“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에서 그날 내게 필요한 답을 얻으면 나는 그곳을 사랑하게 되지 여행이 즐겁지 않게 된 건 돌아온 자리는 늘 그대로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즐거웠던 만큼 돌아오면 느끼는 절망감은 컸다 그것 또한 여전하지만 여기 이외의 것을 보고 오는 것 이 작은 집 이 작은 방지금 나와 연결된 것들 말고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산은 높아서나는 아주 먼지 같은 것이라는 걸 몸소 느끼고 나면 어제의 일들은 또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발 아래 모든 것이 내 것인 것만 같은구름 속에 갇혀 보이지 않는 저편을 그려 보았지사실은 별것 없단다 문 하나가 있을 뿐이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