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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9.28 3년 전 봄. 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 따뜻한 해가 들던 그 날. 엄마가 가져온 석류나무 하나.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던 날들을 앞에 두고 엄마가 심었던 석류 나무가 이번 해 처음 열매를 맺었다. 엄마의 말이 맞았다. 2년 혹은 3년이 지나야 열매를 볼 수 있다고 하더니. 3년째 가을에 첫 열매를 봤다. 무엇이든 키우는 건 자신있다던 엄마의 말처럼. 엄마는 또 하나를 키워냈다. 더보기
9.3 2011년 12월. 혹은 2012년 1월 4일까지가 내가 가장 반짝반짝 빛났던 시간이라는 생각. 갑자기. 추운 바람 때문이었나. 비오는 밤이라 그런가. 확실히 어떠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내가 적어놓은 몇 년 전 9월 10일의 일기장 어느 부분에. 찬바람이 분다. 가을이구나. 라는 부분이 매년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9월 10일을 기점으로 아무리 더워도 가을에 들어왔다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이번 가을은 무척 빠르다. 먼지 쌓인 카메라. 그 먼지 만큼 기억력도 줄었다. 단어. 사람의 이름. 얼굴 같은 것들에서 확연하게. 지우고 싶은 기억은 더 뚜렷하고. 그래서 나의 빛나던 날은 모두 갔나. 얼마나 더 반짝이길 원했던 걸까. 두서없이 적어두어도 이 때의 마음 모두 기억할거니까 비가오니까. 바람은 차고.. 더보기
8.22 '우리 정동진에 가자' 그런 날이 있었다. 정동진에 가자고. 오늘은 기차를 타야한다고.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야한다고. 장난스럽게 시작된 문자는 점점 진지해졌고. 처리해야하는 업무들 사이사이로 나는 기차 시간을 검색하고 누군가는 들떴고. 또 누군가는 가방에 짐을 챙겼다. 어쩌면 잠시 후면 바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결국 그 여행의 기대감은 기대감 속에서 사라졌고. 그 날 밤 우리 셋은 시끄러운 거리에서 잠잠하게 머물렀다. 노래를 불렀고 기름 튀는 불판 앞에서 고기도 먹고. 이제는 사라진 조용하던 술집에서 웃고 떠들었다. 그 날 정동진으로 가지 못한 건 결국 우리의 결정이었지만 조금 아깝다. 그렇게 떠나볼껄. 밥도 먹어야하고 잠자리도 정해야하고 기차표도 예매해야하.. 더보기
7.12 이게 자랑인가. 나한테는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 오래전에 몇 년은 더 전에 여행하다 찍은 사진이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고. 모두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 때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서 7명의 친구들에게 보냈었다. 그리고 오늘 친구에게 받은 사진 하나. 그때 보내준 사진을 보며 위로한다는 짧은 문자와 함께. 심장이 쿵쾅쿵쾅. 계속 사진을 봤다. 보고 또 봤다. 그러다가 또 보고. 나의 사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있구나. 그래. 그러면 나는 그거에 또 감사하고. 그때보다 나는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졌지만 나는 돌아서고 도망쳤지만 너는 잘해냈으면 좋겠다. 끝까지 해보고 돌아서는 것에는 후회가 없을테니까. 고마워. 나의 마음을 잘 간직해줘서. 더보기
7.11 벌써 몇 달 전 이야기지만. 봄이었고. 날은 좋았고. 나의 운전 실력은 늘지 않았지만 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랑 마트도 가고 차도 별도 없는 도로를 달린 적이 있었다. 날씨는 엄청 좋았고 나무는 한없이 푸르고 있었다. 뭔가 우리가 여태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맞이할 쯤 엄마가 그랬다. 아빠가 참 좋아했겠다. 심장이 쿵. 손에서 땀이 쭉. 눈에서 눈물이 핑.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나. 아니면 너무 갑작스런 엄마의 말에 당황스러웠나. 좋은 걸 할때마다. 새로운 일 앞에 설 때마다 엄마도 아빠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 또 눈물이 핑. 아침 6시. 깰 시간이 아닌데. 깨서 창 밖을 보다가 그래. 함께 했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싱숭생숭. 좀 더 일찍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얼마나 좋아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