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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28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빛났다. 아빠는 우주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지구의 생을 마감하면 별이 된다는 말이 맞다면 아빠는 지금 아빠가 생각한 자리를 향해 달리고 있을거다. 거대한 우주. 수 많은 별. 아직 아빠의 별을 볼 순 없겠지만 내가 생각한 아빠의 다음이 외롭고 슬프지만은 않을거라고. 혼자가 아닐 수 있고 외롭지 않을 수 있고 그 다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달리는 버스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달라졌다. 나를 위로하는 법을 찾았고, 한사람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는 법을 찾았다. 검은 우주 사이 사이 떠있는 별 사이사이를 지나 달려갈 아빠를 위해 나는 올려다 본 하늘에 대고 기도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언젠가 반짝, 윙크하듯 반짝이는 별을 보게 된다면 그때.. 더보기
1.18 갑자기 맡은 치약냄새 갑자기 드는 네 생각 만날 수 없어도 가끔 생각했어. 아주 많은 치약 냄새를 맡을거고 비슷한 향도 많겠지만 그 향을 맡으면 어디서건 네 생각이 날거라고. 하루의 시간이 꼬이도록 나는 잠을 못잤어. 그 날도 그랬지. 익숙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나는 잠을 설쳤어. 다시 얼굴을 씻어보고 얼굴을 문질러보고 돌아누워도 잠이 오질 않아서 양치를 했어. 그 새벽에 신문을 넣는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 일찍 어딘가로 향할 누군가의 조심스런 문 닫는 소리. 그 민트 치약향이 그것들을 가지고 머리 속에 콕 박혔나봐. 새벽은 지나갔고. 무엇이든 말해야만 할 것 같던 새벽도 이제 다시 오지 않겠지. 나는 견뎠고, 전해지고 싶었던 순간은 이제 돌아오지 않아. 그리고 견디는 법을 조금 알았어. 조금 아주 조.. 더보기
12.22 발 아래 구름. 예쁜 눈꽃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진들을 보다가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서. 다시 1년. 시간 참 빠르네. 더보기
12.11 어디로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엄마의 신발끈을 묶어주고 옷도 다듬어주고. 웬일로 엄마 귀를 다 파주냐고 하면서 머리를 기대고. 벽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 나는 아무대도 갈 수 없어. 서로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 끝에 있는 또 다른 많은 생각들. 잊지 말라고. 눈 내리는 소리. 이제 여기서는 들을 수 없지만. 언젠가 들었던 그 새벽에 눈 쌓이는 소리. 나는 알고 있어. 아무도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저 눈 내리는 기척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싶던. 어디로든 던져버리고 싶었던 불 같은 가을은 갔고. 또 겨울 찬바람 앞에 섰다. 더보기
11.22 너를 기다리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