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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0.16 내 마음 가을가을 하네. 언제나 찾아오는 가을이긴 하지만 또 언제나 새로운 날들이니까. 매해 다르니까. 그때마다 매번 이렇게 마음이 가을가을해진다. 10월. 여행하기도 어디든 걷기도 좋은 날인데. 생각만하고 움직이질 않는데. 분명 지나면 후회할거야. 지난 날에는 어떻게 그렇게 걷고 걸었던 걸까. 선택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들여다보지마. 그 선택으로 주워진 지금의 나를 생각해. 조금 후회스럽고 만족스럽지 못해도. 사는 건 이런거니까. 머리 속에서 헝크러진 생각과 단어들을 찬찬히 되내어 볼 필요가 있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되네. 그리고 꿈. 꿈을 꾸었어. 그 꿈으로 아주 오래 전 꿨던 꿈도 생각났어. 자신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묻고 있던 한 사람. 나는 그 사람을 .. 더보기
9.29 내 기억 속의 너는 네가 아닐수도 있겠구나. 더보기
9.28 3년 전 봄. 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 따뜻한 해가 들던 그 날. 엄마가 가져온 석류나무 하나.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던 날들을 앞에 두고 엄마가 심었던 석류 나무가 이번 해 처음 열매를 맺었다. 엄마의 말이 맞았다. 2년 혹은 3년이 지나야 열매를 볼 수 있다고 하더니. 3년째 가을에 첫 열매를 봤다. 무엇이든 키우는 건 자신있다던 엄마의 말처럼. 엄마는 또 하나를 키워냈다. 더보기
9.3 2011년 12월. 혹은 2012년 1월 4일까지가 내가 가장 반짝반짝 빛났던 시간이라는 생각. 갑자기. 추운 바람 때문이었나. 비오는 밤이라 그런가. 확실히 어떠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내가 적어놓은 몇 년 전 9월 10일의 일기장 어느 부분에. 찬바람이 분다. 가을이구나. 라는 부분이 매년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9월 10일을 기점으로 아무리 더워도 가을에 들어왔다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이번 가을은 무척 빠르다. 먼지 쌓인 카메라. 그 먼지 만큼 기억력도 줄었다. 단어. 사람의 이름. 얼굴 같은 것들에서 확연하게. 지우고 싶은 기억은 더 뚜렷하고. 그래서 나의 빛나던 날은 모두 갔나. 얼마나 더 반짝이길 원했던 걸까. 두서없이 적어두어도 이 때의 마음 모두 기억할거니까 비가오니까. 바람은 차고.. 더보기
8.22 '우리 정동진에 가자' 그런 날이 있었다. 정동진에 가자고. 오늘은 기차를 타야한다고.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야한다고. 장난스럽게 시작된 문자는 점점 진지해졌고. 처리해야하는 업무들 사이사이로 나는 기차 시간을 검색하고 누군가는 들떴고. 또 누군가는 가방에 짐을 챙겼다. 어쩌면 잠시 후면 바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결국 그 여행의 기대감은 기대감 속에서 사라졌고. 그 날 밤 우리 셋은 시끄러운 거리에서 잠잠하게 머물렀다. 노래를 불렀고 기름 튀는 불판 앞에서 고기도 먹고. 이제는 사라진 조용하던 술집에서 웃고 떠들었다. 그 날 정동진으로 가지 못한 건 결국 우리의 결정이었지만 조금 아깝다. 그렇게 떠나볼껄. 밥도 먹어야하고 잠자리도 정해야하고 기차표도 예매해야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