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흰 바람벽, 썸네일형 리스트형 3.7 어쨌든 여기 변하고 있어. 내가 가진 추억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겨울이면 황망하기만 하던 곳들은 이젠 쉴새없이 돌아갈거야.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항상 있어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복도가 나무였거든. 어떤 자리만 가면 계속 삐그덕대는 곳이 있었어. 친구를 기다릴 때나 그곳을 지날때면 항상 그곳에 발을 놓고 한발에만 힘을 줬어. 그럼 내가 무게를 실른 속도에 맞춰 삐그덕. 하고 소리를 냈지. 그 곳이 있기만 하다면 한번쯤 가볼텐데. 이젠 그럴 수가 없지. 그럴 수 없어서 더 그리워지나보다. 공간이. 사람이. 내 곁에 남아있질 않네. 이런 날 나를 좀 찾아주지. 아직은 겨울이고 봄은 조금 남았으니까. 겨울 끝 이라는 이유를 대고. 오늘은 니가 좀 그립네. 더보기 2.25 새벽 세시. 거실에서 엄마와 큰이모와 둘째 이모가 얘기를 한다ㅡ 엄마가 언니 언니. 하는 목소리에 잠이 깼다. 옛 얘기에 새벽이 가는 줄도 모르는가 보다. 엄마가 언니언니 하면 나는 새롭다. 어느 날 엄마의 사촌을 소개하며 엄마 사촌 오빠야. 오빠 오빠 하는 것도 엄청 신기해서 엄마가 오빠 할 때마다 내가 고개를 돌려 엄마를 봤었는데 오늘은 언니. 언니 자? 하는 소리가 새로워 조용히 들어본다. 세월이 가면 옛 얘기가 낙이라고 했던 엄마가 오늘 즐거워 보인다. 저녁에 언니 언니 오늘 오랜만에 봤으니까 자지말고 얘기하자 했던 엄마도 또 새롭고. 이래저래 새롭네. 더보기 2.14 네가 찾던 게 나였을까. 더보기 2.2 안개ㅡ 짙은 모든 게 희미해 보이는 밤이야 우린 어둠 속에 숨어 길을 나섰지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는 길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깊어져 가슴 속에 머무는 풀내음과 어둠 속에 우릴 이끄는 하나의 달 모든 게 완벽해 다 준비돼 있어 도망가기에 좋은 그런 날이지 어디로? 저 너머로 누구와? 우리 둘이 안개 속을 지나서 마을에서 멀어져 누구도 우리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처음 같은 곳으로 도망가기 좋은 날 짙은 안개 속에 들어갔을 때 뭐가 제일 좋았는지 얘기해줄까? 내 눈은 그댈 찾기 위해 빛나고 내 손은 그댈 잡기 위해 존재하는 것 어디로? 저 너머로 누구와? 우리 둘이 안개 속을 지나서 마을에서 멀어져 누구도 우리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처음 같은 곳으로 도망가자 나와 함께 모든 게 희미해 보이는 밤이야 우린 .. 더보기 1.28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빛났다. 아빠는 우주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지구의 생을 마감하면 별이 된다는 말이 맞다면 아빠는 지금 아빠가 생각한 자리를 향해 달리고 있을거다. 거대한 우주. 수 많은 별. 아직 아빠의 별을 볼 순 없겠지만 내가 생각한 아빠의 다음이 외롭고 슬프지만은 않을거라고. 혼자가 아닐 수 있고 외롭지 않을 수 있고 그 다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달리는 버스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달라졌다. 나를 위로하는 법을 찾았고, 한사람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는 법을 찾았다. 검은 우주 사이 사이 떠있는 별 사이사이를 지나 달려갈 아빠를 위해 나는 올려다 본 하늘에 대고 기도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언젠가 반짝, 윙크하듯 반짝이는 별을 보게 된다면 그때.. 더보기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