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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부재 이제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또 집에는 내가 찾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나는 그 틈에 갇혔다. 고 생각했다. 방금 아니 오래 전부터.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사라져버린 그 순간. 아니 그보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 하나의 마디 속에 갇혀버렸다. 엄마와 앉아 맛있게 밥을 먹으면서도 상추쌈을 싸주며 먹으라고 내 입에 넣어주는 엄마와 눈을 스치면서도 문득문득 잠에서 깨 눈을 뜨면서도 이렇게 가만히 혼자 앉아 있을 때도 내일의 불안으로 먹은 것들을 모두 토할 때도 나는 허공에 대고 묻는다. 왜 하필 그 순간이었느냐고. 오늘처럼 시끌벅적한 연휴의 시작 앞에서도 당신을 생각한다. 그럼 조금 서럽고 조금 울고 또 괜찮아진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앞으로도 흐를 것인데 매번 이런 날들 앞에서면 턱 .. 더보기
말해야지. 그때의 시간과 그때의 나에 대해서. 우리의 이별은 인사도 없이 이뤄졌지만. 1년 반 동안 여전히 갇혀 있는 시간에 대해서. 너를 만나 함께인 동안. 말하고. 말해서 자그맣게 만들어야지. 더보기
하고 싶었던 말, 나는 여기에 있어. 아주 안보이게 숨어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나를 찾아주기를,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또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아무도 나를 찾지 않기를 바라면서. 잘, 잘 숨어 있어.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질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소리를 내어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계단을 밟으며 그래, 그때 울어버리고 말았어야 한다고 아직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혹은 한 해, 두 해를 넘길 때마다 이렇게 목까지 올라오는 것을 꾹꾹 참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인지는 몰랐다. 가만히 있다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저기 저 사람을 보아도 그렇다. 교복을 입고 아이의 진로를 이야기하는 가족 앞에서도 그.. 더보기
메모 * 한 사람과의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다면.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야 후회하지 않을까. 더보기
호우주의보 하루하루가 빠르고 한달, 일년이 빠르다. 보고픔도 빠르고 잊혀짐도 빠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잠자리를 나오는 일이 배는 힘들다. 깨어 났다 잠들기를 몇번. 문득문득 이어지지 않는 생각들은 틈을 두는 시같다.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떠나간 사람도 한번 더 생각하고. 자꾸 잊혀지는 지난 일들을 되새긴다. 잊고 있던 말은 없었나. 흘려버린 말은 없었나. 나는 너에게 괜찮은 사람이었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