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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그래서,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찾아 몇 달, 며칠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예쁜 편지지도 샀다. 봄처럼 노란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 앞에서 또 며칠을 생각했다.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를, 다른 사람에게 몇통의 편지를 쓰는 동안 첫 문장을 첫 단어를 생각하다가 오래도록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쓸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어쩌면 아주 불같이 너에게 전해지고 싶던 그 밤에 말하고 말았어야 했다. 아주 많이 너를 생각했다고.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찾아와 어디로든 들어가서 문장을 써내려갔다. 한시간동안 써내려 간 글자의 맨 마지막은 그랬다. '네가 내 옆에서 아무 말이나, 아니 너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주 아주 사소한 너의 이야기를 .. 더보기
그런 것 같아.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혼자 감당해야하는 시간인 것 같다. 무작정 누구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도 하고 싶었던 말, 지금의 나를 눈꼽만큼도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다른 말만 하다가. 또 다시 엇갈려버리고 헝크러져버릴테니까 지금 이 시간에 가만히 그냥 들여다 보려고. 무엇이든 부셔버리고 싶고 밀쳐내고 싶고. 떨어뜨리고 싶은 지금을. 잘 견뎌보려고. 더보기
철지난 사진들 시간 참 빠르다. 어느 시점으로부터 1년이 참 빠르다. 말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보고싶은 사람도 참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까, 다 쓸데없다 싶다.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 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 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 더보기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거니. 어떻게.살고 싶은거야. 더보기
비 온다. 갑자기. 내가 자리를 잡고 앉는 그 순간부터 비가 토닥토닥 거리다 이내 추적추적 내린다. 겨울 비 내가 여기 있으니. 네가 내게 와주었으면 좋겠다. 기다릴 준비는 되어있으니. 네가 오기만 하면 된다. 나를 찾아 내 앞에 앉아 주어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