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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5월 날이 좋은 5월이다. 버스를 타고 커튼을 사러갔다. 몇번을 고민하고 생각했던 건데, 사고 제자리에 달고 나니, 그동안 고민했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꼈졌다. 그런 것. 버스안에서 작년 여름을 기억해보려고 해도 기억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다. 아주 아주 금방, 마치 쏜 화살처럼 눈 깜짝할 사이. 1년을 360일을 숨을 쉬며 살았는데, 그 기억이 이렇게까지 멀어졌다니, 사람의 기억 참, 몹쓸 놈이네, 했다. 아주 슬프던 기억도,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던 순간도. 이젠 잠잠해져간다. 신기하지. 설렜던 어느 순간도 이제는 말로 풀어 놓을 때야 조금, 아주 조금 느껴지니까. 오늘의 이런 날씨도 기억 못할 수 있겠다. 지금은 무서울만큼 평범한 날들이니까. 더보기
알아. 알고 있어. 나의 질문은 너를 흔들어놓을 걸 안다. 나의 사소한 고백 또한 잔잔하던 너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돌풍 같은 것이 마음을 지나갈 때마다 유난스럽게. 이렇게 적고 나면 괜찮아질거라고. 간간히 누군가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겠지. 내가 열어놓은 문으로 모든 것이 빠져나가겠지. 올듯 말듯 겨우 스쳐가는 봄은 내가 기다리는 당신을 닮았지 않았을까. 더보기
결국엔 또.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의 마지막 눈도 보고 벚꽃이 피고 지고 초록 잎파리를 내보내고 바람이 불고 다시 비가 내린다. 4월. 쓰려던 편지는 아직도 여전히 어디쯤에서 멈춰있고. 식탁에서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들리기도 하고 돌아오면 문을 열어줄 사람도 있고. 그래서.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 조금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써야지. 너에게 들려주어야지.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기억은 언제쯤 너에게로 갈 수 있을지. 일년동안 많은 사람을 잃었다. 불현듯 걸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나는 잃었다고 생각하나 그쪽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밀어낸 쪽도 있었겠지. 그때는 그랬어. 너무 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다 말하지 못했지. 정작해야할 말을 두고 엉뚱한 말을 하다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나.. 더보기
기억해두려고. 결국엔 내가 모두 떠나왔는데. 가만히 혼자일 때면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서글퍼한다. 근데 그때는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아무나. 내 전화를 받아줬으면. 누군가 새벽에 이유없이 전화가 왔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근데 이 감정 모두 지나면 그 뿐. 이렇게 적어 두지 않으면 기억도 안 날 감정일뿐이다. 더보기
그래서,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찾아 몇 달, 며칠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예쁜 편지지도 샀다. 봄처럼 노란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 앞에서 또 며칠을 생각했다.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를, 다른 사람에게 몇통의 편지를 쓰는 동안 첫 문장을 첫 단어를 생각하다가 오래도록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쓸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어쩌면 아주 불같이 너에게 전해지고 싶던 그 밤에 말하고 말았어야 했다. 아주 많이 너를 생각했다고.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찾아와 어디로든 들어가서 문장을 써내려갔다. 한시간동안 써내려 간 글자의 맨 마지막은 그랬다. '네가 내 옆에서 아무 말이나, 아니 너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주 아주 사소한 너의 이야기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