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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철지난 사진들 시간 참 빠르다. 어느 시점으로부터 1년이 참 빠르다. 말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보고싶은 사람도 참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까, 다 쓸데없다 싶다.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 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 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 더보기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거니. 어떻게.살고 싶은거야. 더보기
비 온다. 갑자기. 내가 자리를 잡고 앉는 그 순간부터 비가 토닥토닥 거리다 이내 추적추적 내린다. 겨울 비 내가 여기 있으니. 네가 내게 와주었으면 좋겠다. 기다릴 준비는 되어있으니. 네가 오기만 하면 된다. 나를 찾아 내 앞에 앉아 주어라. 더보기
그때 왜 사라져버렸어? 나를 봤다고 하는 그의 얼굴을 보는데, 해야할 말이 없었다. 그때. 왜. 나를 모른 채 했어. 하고 물어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멈춰섰는데, 발걸음이 움직이질 않아 몇시간이었는지, 몇분이었는지 그 길목에 서 있었다. 그 때의 나를 지금의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랐다. 너는 그때 우리가 만나기로 한 2번출구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오고 있었다. 얼핏 네가 보였는데. 그 때 너도 나를 본 것일까. 다시 네 얼굴이 나타났을 때 나는 이미 발걸음을 돌려 뛰고 있었다. 너를 위해 준비한 케익을 손에 들고서. 아침부터 네 생일이라고 준비한 케익인데, 하면서도 그런 것 따윈 상관이 없었다. 추운 겨울이었고, 미끄러운 길이었다. 그 때 나 검정 코트에 짙은 남색 목도리를 .. 더보기
열시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꾸보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