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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부재



이제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또 집에는 내가 찾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나는 그 틈에 갇혔다. 고 생각했다. 방금
아니 오래 전부터.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사라져버린 그 순간. 아니 그보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 하나의 마디 속에 갇혀버렸다.

엄마와 앉아 맛있게 밥을 먹으면서도 상추쌈을 싸주며 먹으라고 내 입에 넣어주는 엄마와 눈을 스치면서도
문득문득
잠에서 깨 눈을 뜨면서도 이렇게 가만히 혼자 앉아 있을 때도 내일의 불안으로 먹은 것들을 모두 토할 때도
나는 허공에 대고 묻는다.
왜 하필 그 순간이었느냐고.
오늘처럼 시끌벅적한 연휴의 시작 앞에서도 당신을 생각한다. 그럼 조금 서럽고 조금 울고 또 괜찮아진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앞으로도 흐를 것인데
매번 이런 날들 앞에서면 턱 끝까지 올라오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킨다.

보고 싶다고 말하려다 말았던 날 도라지꽃을 아냐고 물었던 밤.
돌아가라면 돌아가서 도라지꽃 손에 들고 방문을 열고 그 옆에 조용히 누웠다가 올 것을 그랬다.
가만히 숨소리 맞춰 살쿰 깊은 잠을 잘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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