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나고 자랐던 곳. 지금 이 곳, 이 시간 멀리서 개구리가 운다. 내가 나고 자랐던 곳은 이런 곳이었지.
오랜만에 텅빈 방에 누워 보았다.
해는 뉘엿뉘엿거렸고, 방바닥은 차갑고. 아주 크고 많은 것들이 있던 방은 고작 나 하나가 대자로 뻗으면 가득 찬다.
이렇게도 작았나 싶어서 돌아 누워보는데. 항상 그 자리에 이불을 펴고 누웠던 아빠 생각이 났다.
그 자리도 더듬어 본다.
추석이든 설날이든 차례를 모시고 밥을 먹을 때면 숟가락이 여섯개였는데. 줄어든 하나에 아직 적응을 못했는지 나는 숫가락 여섯개를 준비하곤 한다.
엄마가 다섯개를 가지런히 놓으면 세어보곤 왜 하나를 덜 놔뒀지 하면서 숟가락을 놓다가 얼른 하나를 뺀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다보면 모두 여기에 담겨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읽을 수 있겠지.
내 흰 바람 벽.
낡은 냉장고 소리. 엄마의 작은 뒤척임. 멀리 들리는 개구리 혹은 풀벌레 소리.
아주 작고 작았던 나로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또 어디로든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생각.
ㅡ 자주 써야지. 글 쓰는 방향이라던가. 내용이라던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들이라던가. 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
예전 것들이 그저 새롭다. 멈춰버린 느낌.
다시 처음처럼. 설레던 순간으로.
아주아주 외롭고 쓸쓸하고 불안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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