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 있어.
아주 안보이게 숨어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나를 찾아주기를,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또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아무도 나를 찾지 않기를 바라면서.
잘, 잘 숨어 있어.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질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소리를 내어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계단을 밟으며
그래, 그때 울어버리고 말았어야 한다고 아직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혹은 한 해, 두 해를 넘길 때마다 이렇게
목까지 올라오는 것을 꾹꾹 참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인지는 몰랐다.
가만히 있다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저기 저 사람을 보아도 그렇다.
교복을 입고 아이의 진로를 이야기하는 가족 앞에서도 그렇고
아주 작게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람을 보아도. 비가 쏟아지듯이, 먹구름이 몰려오듯이
올라오는 것이 슬픔인가. 그리움인가 한다.
작은 방에 누워서 돌아누운 나에게 자는지 안자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아빠의 말이 점점 멀어진다.
안간힘을 써서 기억해보려고 해도 멀어지지 가까이 오지 않고, 흐려지지 뚜렷해지지 않는다.
그때 조금 더 또렷하게 하나하나 되내였다면, 그럼 조금 더 기억할 수 있을까.
노란 모자에 노란 가방에 노란 체육복을 입고 아빠 등에 매달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주 아주 작아져서, 주머니 속에서 손가락 까딱까딱 할 때
이게 뭐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더더, 더더 많이 작아져라.
아주 아주 손톱만큼, 그보다 더 작게 작아져라.
모래처럼, 그래도 사라지지는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