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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쓰여져야한다.

 

 

이렇게 우렁차게 울어대는 마음은.

가만히 있다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음은.

언제고 한번은 적어야 한다.

말 할 곳이 없으니,

여기는 내 흰 바람 벽.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는 적이 있다.

집에 내려온지 두어달만에.

아빠의 진료 예약 날짜 확인 전화였다.

시골이라 그런지 일정 나이가 되면 방문 진료도 해주고 매 해 찾아와

아픈 곳은 없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체크를 했나보다.

몇 개월에 한번이었겠지.

 

진료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쿵, 하고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졌다.

쿵,

어떻게 말해야할까. 몇 초의 정적이 흘렀겠지. 그리고 무슨 말이든 했겠지.

나도 이제는 물을 수 없는 물음을 저쪽에선 계속 묻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한 사람이 사라지고 종종 있었다.

아직도 우편물의 이름은 아빠의 것이 더 많고.

병원의 진료 예약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확인 전화를 해주는 곳 때문에

길에서 문득 문득 서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왜 내가 그 전화를 받았는지.

아니면 다행인건지.

 

어제도 문자 한통을 받았다. 더 이상 한 사람의 신원이 확인 되지 않는다고.

알아. 안다. 날짜는 꼬박꼬박 흘러 벌써 2년을 향해 가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 그 순간

아주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목끝에 갈고리를 하나 걸어 맨 것 같다. 아주 깊게 걸려서 침을 삼킬 때마다

뜨거운 불 하나를 삼키는 것 같다. 그래.

틈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해도.

또 불쑥불쑥 예상치 못하는 문자를 받고, 전화를 받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도

산 사람은 산다고.

 

하지만 하나씩 지워내고 없애고 없다고 말할 때마다.

정말 사라지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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