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거의 매년 겨울 연을 만들었는데 매번 실패하다가 딱 한 번(그러나 몇 번 일 수 있음) 제대로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봐야 문구점에서 파는 가오리연이었지만 그것도 매번 실패하던 때라 이 기억이 또렷한지도 모르겠다.
운동장에서 연을 날리는데 그 날따라 바람이 좀 세서 신기하게 한번에 바람을 타고 연이 하늘로 올라갔다. 당기면 바람을 타고 더더 높이 까지 갔는데 연줄을 당길 때마다 바람이 느껴져서 좋았다. 마치 물 속에서 누군가를 당기는 느낌. 그걸로 설명이 될까.
신이나서 얼레의 연줄을 줄기차게 풀었다. 어느새 연은 까마득하고.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이게 바람을 타니 나의 힘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이제는 연을 따라 내가 움직이는 꼴이 됐는데. 고작 비닐종이를 내 뜻대로 다루지 못해서 나중엔 화가 나기도 했다. 조금씩 당겨도 좀체 감기지도 않고. 연줄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실은 더욱 팽팽해지고. 실이 칼같이 날카로워서 손가락을 살짝 살짝 닿아도 손가락에 이내 붉은 자국이 남았다. 놓치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썼던 기억. 그럴때마다 붉게 그어지던 자국.
결국에는 연패의 실을 다 풀어버렸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놓아주는 일.
끌어당기려고 할수록 아프던 손가락과 더 멀어지기만 하던 연이 생각났다. 그럴 땐 놓아주는 게 나도. 날고 있던 연도.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는데. 지금도 잡은 것을 놓지않으려다 또 손가락 하나를 베였다.
아프더라도 한 번은 더. 두 번은 더. 또 세 번은 더 끌어 당기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라면 나는 지금 몇 번째를 당기는 중일까. 그래서 끌어 당겨 당신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