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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24 이 먼 곳에서 당신을 볼 수 있을거라는 내 생각때문에 좀 웃었다. 하루종일 바다를 바라보았다. 지겹도록. 하지만 지겨워지지는 않는다. 혼자 길목에 앉아 당신이 내 옆에 있어주기를 기도했다.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노래는 좀 슬펐고 날씨는 눈이 부셔 눈물이 날만큼 좋았다. 나의 당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도 가끔 느낄 수 있다. 그것으로 됐다. 돌아가면 심한 몸살을 앓아야겠다. 정신이 쏙 빠지도록. 더보기
1.23 결국 나를 찾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여태 찾아도 못찾으면 없는 거라던 엄마의 말. 전혀 다른 상황에서 들었거나 했던 말들이 붙을 때가 있다. 더보기
초등학교때 거의 매년 겨울 연을 만들었는데 매번 실패하다가 딱 한 번(그러나 몇 번 일 수 있음) 제대로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봐야 문구점에서 파는 가오리연이었지만 그것도 매번 실패하던 때라 이 기억이 또렷한지도 모르겠다. 운동장에서 연을 날리는데 그 날따라 바람이 좀 세서 신기하게 한번에 바람을 타고 연이 하늘로 올라갔다. 당기면 바람을 타고 더더 높이 까지 갔는데 연줄을 당길 때마다 바람이 느껴져서 좋았다. 마치 물 속에서 누군가를 당기는 느낌. 그걸로 설명이 될까. 신이나서 얼레의 연줄을 줄기차게 풀었다. 어느새 연은 까마득하고.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이게 바람을 타니 나의 힘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이제는 연을 따라 내가 움직이는 꼴이 됐는데. 고작 비닐종이를 내 뜻대로 다루지 못해서 나.. 더보기
오늘은 결국 혼자여서 다행이라는 생각 아주 어둡게 거울을 볼 수 없도록 만든 건 옳은 선택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구든 나에게 책의 어떤 구절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으로 끝날 수 있던 것고 다행. 아주 쓸데없는 이야기를 와르르 쏟아내고 온 날은 텅텅 비어 무엇이든 닿을 때마다 텅.텅.텅 하고 소리를 낸다. 아주 크고 요란해서 가만히 아무말도 않고 소리도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래 차라리 어둡고 소리가 없어 다행이다. 이럴 땐 차라리 닫아두어야 한다. 더보기
웨딩드레스 웨딩드레스를 그렇게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친구의 결혼식은 이제 일주일이 남았다. 내 결혼도 아닌데. 설레고 떨렸다.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마디를 지나는 친구의 마음의 10분의 1은 이해했을까 싶어 집에 돌아오는 길은 알딸딸했다. 오래도록 먼저 인사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안녕. 인사하고 수다떨고. 나 이제 조금 밝아지고 즐거워질게 이제 좀 가까이 갈게 하고 이야기하는 오늘도. 지금도.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정말 미안하고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마음은 어디까지 전해졌을까. 몇시간을 말해도 전해지지 않은 것 같은 이 마음은 또 무언지. 엉킨 밤이다. 실타래의 처음도 끝도 중간도 어딘가의 언저리도 찾지 못하는 아주 이상한 밤이다. 앞으로의 날들을 축복한다. 아주 많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