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기 내 흰 바람벽,

이렇게 적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 나의 이 글은 그의 유년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결함을 갖는다. 그리고 그의 무전망(無展望)한 비극적 세계관이 그의 문체와 결합되는 부분을 역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결함을 갖는다. 나는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기형도가 죽은 새벽의 심야극장. 그 비인간화된 캄캄한 도시 공간을 생각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죽음의 장소는 나를 늘 진저리치게 만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러할 것이다. 그의 검은 눈썹과 노래 잘하던 아름다운 목청이 흙 속에서 이제 썩고 있는 모습도 지금 내 눈에 보인다. 형도야, 네가 나보다 먼저 가서 내 선배가 되었구나. 하기야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이 무슨 큰 대수랴. 기왕지사 그렇게 되었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가거라. 너의 관을 붙들고 "이놈아 거긴 왜 들.. 더보기
그렇다. 가끔 큰 일들이 하나씩 나를 지나갈 때면 나는 혼자이고 싶었다. 슬퍼할 일이 아닌대도 어디다대고 한번씩 울어야 할 것 같았고. 소리를 꽥, 하고 질러버려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거라는 것을 오늘 어렴풋이 느낀다. 미워해야할 것이 내 앞에 사람이 아니라 나인대도. 다 네 잘못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내가 선택한 적 없은 것들이라고. 더보기
그 말 그 순간은 진심이었다는 말. 참 무서운 말이다. 더보기
흘러간다. 내게는 어려웠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맛있는 밥 한끼 먹자고 오랜만에 산책하듯 걸어 음식점을 찾아가는 동안. 나는토끼풀꽃을꺽어 반지를 만들었다. 반지도 했다가 팔찌도 했다가 머리에도 걸쳐보다가 사진도 찍었다. 여기는 많은 것이 달라졌고 나도 많이 달라졌지만 꽃반지 만드는 법은 잊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새벽 불현듯 드는 불안함에 눈을 뜨고 이불깃을 꼭 붙들긴하지만. 살아있으니 살아갈거라고. 뭐든 감사하다고. 더보기
이야기.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하고, 평범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간혹 평범하지 않은 것들로 둘러쌓인. 나에 대해서. 나에게는 짧은 시간이었던 다섯개의 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 동안 겨울에 웅크린 나무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 조금 추웠다. 그 다섯개의 개월,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두의 한마디를 지나왔다. 혹은 지나고 있다. 슬펐고, 슬펐지만 많이 울지는 않았고, 지나고 난 후로는 줄 곧 모든 사람이 겪는 슬픔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는 것처럼 내 상황을 설명했다. 가까운 몇몇에게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힘들다고 찡찡거리도 했지만 미안하다고 입을 다무는 일이 많았다. 그래, 나는 아직 슬프고, 감정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