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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갑자기 조카가 내 이름을 외운 건 일년 전 봄이었다. 병원에 붙여져 있던 메모를 보더니 고 쪼고만 입으로 이름 한번 웅얼 내 얼굴 한번 이름 한번 웅얼 내 얼굴 한번 앞으로 너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우리를 이해하는데까지. 또 한번은 무엇이 헷갈렸는지 이모!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아니 고모!하고 부르다이모고모! 고모이모!하고 부른다. 무엇이 어떠냐 싶어 왜왜 자꾸 불러 꼬맹이! 하고 볼을 쓰다듬으니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든다. 갑자기 .. 그 작던 아이가 . 겨우 전화 수화기에 대고 웅얼웅얼 하던 아이가. 곧잘 말하고 장난치고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고 인사를 하는 게 신기해서. 내 이름을 말하던 꼬맹이가 생각이 나서 적는다. 좀 더 크고. 인사도 안하고 꿈벅인사만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사춘기 꼬맹이.. 더보기
이렇게 적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 나의 이 글은 그의 유년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결함을 갖는다. 그리고 그의 무전망(無展望)한 비극적 세계관이 그의 문체와 결합되는 부분을 역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결함을 갖는다. 나는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기형도가 죽은 새벽의 심야극장. 그 비인간화된 캄캄한 도시 공간을 생각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죽음의 장소는 나를 늘 진저리치게 만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러할 것이다. 그의 검은 눈썹과 노래 잘하던 아름다운 목청이 흙 속에서 이제 썩고 있는 모습도 지금 내 눈에 보인다. 형도야, 네가 나보다 먼저 가서 내 선배가 되었구나. 하기야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이 무슨 큰 대수랴. 기왕지사 그렇게 되었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가거라. 너의 관을 붙들고 "이놈아 거긴 왜 들.. 더보기
그렇다. 가끔 큰 일들이 하나씩 나를 지나갈 때면 나는 혼자이고 싶었다. 슬퍼할 일이 아닌대도 어디다대고 한번씩 울어야 할 것 같았고. 소리를 꽥, 하고 질러버려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거라는 것을 오늘 어렴풋이 느낀다. 미워해야할 것이 내 앞에 사람이 아니라 나인대도. 다 네 잘못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내가 선택한 적 없은 것들이라고. 더보기
그 말 그 순간은 진심이었다는 말. 참 무서운 말이다. 더보기
이야기.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하고, 평범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간혹 평범하지 않은 것들로 둘러쌓인. 나에 대해서. 나에게는 짧은 시간이었던 다섯개의 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 동안 겨울에 웅크린 나무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 조금 추웠다. 그 다섯개의 개월,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두의 한마디를 지나왔다. 혹은 지나고 있다. 슬펐고, 슬펐지만 많이 울지는 않았고, 지나고 난 후로는 줄 곧 모든 사람이 겪는 슬픔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는 것처럼 내 상황을 설명했다. 가까운 몇몇에게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힘들다고 찡찡거리도 했지만 미안하다고 입을 다무는 일이 많았다. 그래, 나는 아직 슬프고, 감정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