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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없어지지 않는 곳 이 도시에 와서 처음 하고 싶었던 건 단골 가게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리 좋고 몇 시에 찾아가든 무엇하나 거슬릴 게 없는 그런 가게 하나를 발견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나를 가끔 눈 인사로 아는 체 해주기도 하고. 아니 매일 가도 처음 보는 사람 대하듯 깍듯해도 좋았다. 큰 곳부터 아주 작은 곳까지 혼자서 외로운 듯 또는 가볍게 많은 곳을 다녔지만 하나 둘 재고 따질 게 많아 나는 어느 곳에도 두번 이상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이층이고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창문 밖으로 끊임 없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내가 찾던 그 곳을 찾았다. 나는 혼자 일 때나 마음 맞는 친구와도 그 곳을 찾았다. 커피가 더럽게도 맛없었고 다른 게 매력적이지도 않았지만 그 자리면 충분했다. 자주가는. 이라고 이름 붙일 때쯤 그 가게는 .. 더보기
가끔의 생각 문득 든 생각 때문에 오싹해진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그 순간을 지나왔나 생각하고 있다. 이제 내것이 된 오른 발의 상처를 생각하며. 다시 다가오는 수술을 생각하면서. 멋모르고 수술까지하고 깁스도하고 실밥도 풀고 지금처럼 걷기까지의 시간이 꿈같다. 아직도 발을 감싸쥐면서 내가 다쳤다고? 묻기도 한다. 아문 상처가 대답을 대신해준다. 그래 니가 이렇게 다쳤어. 하고. 얼마나 아플지 상상도 못할 때는 철심을 박든 뭘하든 두려움이 덜했는데 겪고 나니 다가오는 시간이 두렵다. 그냥 다시 눈 뜨면 참 길고 어둔 꿈이었다하고 빨리 잊고 싶다고 생각해버리면 될 것 같은데. 오른쪽 검은 선은 계속 이게 진짜야. 더 이상 깰 꿈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상처. 내 오른손에도 작지 않은 상처가 있다. 엄지와 검지 .. 더보기
바람부는 날 가을 바람이 마음에도 불어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날들. 날씨 참 좋다. 손대기도 무서울 만큼. 무인도에 가야한다면 가져가고 싶은 3가지? 읽고 싶었지만 어려워 손도 못댔던 책 하나. 정말 좋아하는 음료 한병. 한번에 죽을 수 약. 외로우면 어치피 죽을테니 난 섬에 죽으러 들어가겠다. 그래도 의미있게 책 한권은 읽고. 맛있는 음료도 마시고. 빨대 꽂아서.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구름을 설명하라. 그럼 난 엄마의 가슴을 만져보게할 것이다. 내게서 나온 최대 혹은 최고의 대답. 근데 멋지지도 않고. 그냥그렇다. 최선의 것들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난 요즘 그냥 살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무섭다. 더보기
못생겨지고 있어. 어제 밤 얼굴을 씻는데 포동포동 살 오른 볼이 만져졌다. 매번 닿는 얼굴인데 그날 따라 유난히 느껴지는 곳이 있다. 씻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데. 이렇게 살이 많이 올랐구나 싶어 순간 내가 낯설어졌다. 어디하나 이쁜 구석이 없다. 웃어도 울어도 가만히 있어도 못생긴 아이가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 눈도 헝크러진 머리도 울긋불긋한 얼굴도 모두 마음에 안든다. 예쁜 아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못난지 몰랐다. 예전 어디쯤에선 내 눈에서 빛이난다했던 이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빛이 없다. 설레지 않는 어제 오늘을 살다보니 내게서 모든 것이 빠져나가 껍질만 있는 것 같다. 나무 껍질처럼 바스락거린다. 오늘은 찬 바람이 불어 앞머리를 냈다. 거울 속 내 얼굴 낯설고 어색하고 하나도 예쁘지 않다.. 더보기
좀 바보 같아. 좀 답답하다. 아침부터 맑은 하늘이 아니여서 그런가. 좀 춥기도 하고. 좀 으슬대기도 하고. 좀 서럽기도 하다. 찬 바람이 불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면 마음 가득 텁텁했던 공기가 새로 채워졌던 것 같은데 그래서 또 한동안 살아질 것 같았는데. 또 아니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아 답답하다. 가끔 이런 날 아무것도 결정짓지 못하는 내게 화가나서 소리 한번 쾌하고 지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니야. 네게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야. 하지만 가끔 너무 힘들어져서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 등에 얼굴을 기대고 싶기는 해. 그러고 내가 깜짝 놀라지. 이렇게나 약해졌나 싶어서. 시간이 다 지나고 이번에도 모든 게 해결되고 가라앉고 또 처음 비슷한 상태가 되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