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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그러니까.


 그때 이후로 믿는 게 하나 생겼다. 
믿는다고 해서 그게 정확한 근거나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차를 타는 일. 몇시간을 옆자리에 앉아 어딘가로 가는 일. 
그걸로 이 사람이 내 사람이구나 아니구나를 점쳐본다.
신기하게도 기차를 타고 옆자리에 앉는 순간 내가 이 사람을 편하게  생각하는지 아닌지. 
이 사람이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안다. 
많이 그래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내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건 확실하다.
 
그 날. 나는 한 사람과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려고 했다.
그 날 표를 끊고 기차를 탈 때까지 나는 설레였다. 기차를 탄다는 것도 바다를 본다는 것도. 
그 모든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졌던 건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뭔가 아! 하고 느껴졌다. 불편하구나. 낯설구나.  이게 시간이 지난다 해서 불폄하지 않고 낯설지 않을 수 없겠구나. 내 마음 모두 가쁜하게 털어 놓을 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몇번을 고쳐 앉아도. 이야기를 해도. 높은 문지방을 넘는 것처럼 매번 걸리적 거렸다. 

먼저 선을 두고 사람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가끔 사람의 마음은 몸에서 몸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여서 
이 믿음은 당분간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가끔 그 낯선 느낌이 생각나서 괜히 누운 자리를 돌아눕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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