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흰 바람벽, 썸네일형 리스트형 저장 안 된 기억들 이젠 뭐든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모든 게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저장해두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새벽이니까. 난 좀 센치하다. 다 지워져 버렸다. 지워졌는데도 뭐가 없어졌는지 몰라서 별로 아깝지 않다. 사실은 하나하나 더듬어 보면서 아! 하고 이마를 치기도 하고. 작년 이맘 때쯤 컴퓨터를 박스에 싸서 치워버렸다. 뭔가 그래야할 것 같았다. 좀 잊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었고. 그보다 내가 누구도 찾지 않았으면 싶어서. 방안은 조용했고. 세달? 네 달만에 다시 꺼낸 컴퓨터는 그때 내 마음처럼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찾아낼 수없었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들마저 모두 지워줬다. 깨끗하게 처음의 상태로.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큰 일인 줄 몰랐다. 지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 더보기 버스에서 왜.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간 사람이 생각이 나는지. 그때 내가 좀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과 지금쯤 뭐할까. 어디에 있든 잘 살아있으라고. 지나가버린 사람 말고 사실 곁에 있는 사람이 지금 더 소중한건데.(아. 아닐수도 있겠다!) 어쨌든 가끔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한다. 나한테 참 잘해준 친구였는데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둣 없다. 끝은 이기적인 나때문이었다. 진짜 잔인하게 내가 못났었다. 나는 늘 누군가 필요했고. 그 친구가 내 것들을 조금은 보듬어주었으면 했는데 우린 너무 다르게 자랐고. 너무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순간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 친구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린 너무 달랐고. 다른 걸 또 다른 걸로 메우질 못했고 .. 더보기 기억 내가 잃었던 기억 중 하나를 건져왔다. 까마득해 나도 얼마간 가늠해 봐야했던 내 행동이었는데.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나는 고등학교때 가장 일찍 등교하는 아이였다. 버스가 애매해서 매번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가면 그제야 별이 지고 해가 뜨기도 했고. 학교 문이 열리지 않아 계단에 앉아 열쇠 꾸러미를 든 아저씨를 기다리기도 했다. 학교 일찍 가기를 좋아했던 건 밤 동안 꽉 막힌 교실의 공기를 풀어 줄 수 있어서였고. 또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나 혼자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아서였다. 혼자 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그런 것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도 그랬다. 아침 일찍 열쇠를 가질러가거나 창문을 열면 멀리 구름다리라고 부르는 교무실 앞 다리에서 차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셨다. 그러다가 눈 인사도.. 더보기 답답하잖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좀 쓸쓸하고 모두 아는 이야기겠지만 쓰고 싶어 설레였던 적 수 십번이었다. 근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백지 앞에서 점만 뚝뚝 찍는다. 너무 욕심이 많나보다 어떤 말이든 다 하고 싶어서 어떤 말도 못쓴다는 말이다. 앞과 뒤가 붙지도 않고 중간이 어딘지도 모르고 어쩔땐 어디로 흘러가고 싶은건지도 몰라서 잠들기 전에 몇 번을 돌아 눕기도 한다. 영 이쪽으로 감이 발달하지 못해서 욕심만 늘고 있는. 힘은 없고 성질만 남은 할아버지 같다. 흑. 참 가을 같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덥다곤하지만 바람이 이렇게나 불어서 나는 매일 아침 골목 걷는일이 좋다. 옷이 바람에 살랑살랑. 그 옷자락에 내 마음도 살랑살랑. 작년 9월 달력 10일 쯤 일기 첫 문장이 '아 가을이다'였다. 한달쯤이면 내.. 더보기 열두시 이분 나는 안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나는 뭐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게 보이지 않는 것은 보기 싫어 안보는 것.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내리는 비의 모양. 커가는 애플민트의 자람. 아침 내리는 햇살. 어렵지만 어렴풋이라도 누군가에게 그것들이 내게 주는 설렘. 떨림.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전할 수있다. 하지만 나는 모두 보고 있기때문에 보지 못한다 아무리 가정을 해도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나는 그래서 너에 대해 말할 수 없고 사랑의설렘과 행복 쓸쓸함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 결국 아무 것도 말할 수없고 쓸 수 없다. 더보기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