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흰 바람벽,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라져간다. 점점 내가 사라져간다. 반짝이던 나도, 원래 없던 색도, 퇴색된다. 슬플일 없지만 슬프다. 반짝이지 않는 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누구 앞에서 당당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주눅들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하고 싶은 말도, 해야하는 말까지도 삼키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나는 손에 쥐었던 많은 것을 놓았다. 전화기를 움켜쥐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그 길로 들어서지 않는 걸까하고. 많이 생각했던 것들, 하고 싶었던 일을 전화기 너머로 듣고 있을 뿐, 내가 그것이 되지는 않는다. 고작 전화기만 움켜쥘 뿐, 앞에 있는 창문만 여닫을 뿐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주 되풀이 하곤 한다. 이 다음은 어떻게 살아가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하고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더보기 6.13 눈이 자주 아프다. 모니터를 계속 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안약을 넣으라고 한다. 한 날 눈을 감고 있다가 노란색을 생각했다. 몇 분이 지나고 어둠 속 노란색은 점점 흐려졌다. 생각하려 할수록 점점 흐려지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색이 그 색이 맞는지도 확신이 가지 않았다. 두려운 건 그때부터다. 한번쯤은 그랬으면 좋겠다. 흐려지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나 때문에 좀 혼란스럽고 아차 싶은 순간이 있었으면. 내게 한번쯤은 미안해 했으면. 뭐가 미안한지 몰라도 손톱 옆에 살이 일어나 까끄랍듯 네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프고. 힘들고. 서럽고. 외롭우라 빌지도 않고. 딱 그만큼이면 됐으니 그 정도는 느껴줬으면 싶다. 나도 참. 후생이 있다면 난 좋은 것은 못될 듯 싶다. 마음 하나 넓게 쓰지 못하니.. 더보기 하루 산다는 건 참... 하루에 수만가지의 기분을 느끼지만 대체로 희노애락 그정도 가려내면 많이 가려내는 거겠지. 몰라. 난. 그냥 그런 생각을 했어. 정의 실현을 위해 싸우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그 날.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태어났지. 아무리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쟁점이 나라를 휘두르고 있어도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어떤이는 사랑을 하고 어떤이는 이별을 하고 개인의 삶은 지속된다는 것. 이십오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비슷하다는 생각 발전했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움은 파도처럼 다가온다. 갑자기 보고 싶은 엄마 얼굴에 마음이 울렁거려 울뻔도 했다. 그래서 나는 걸었다. 다리를 절뚝이며 습기 먹은 도시의 골목을 걸어 집으로 왔다. 방도 눅눅한 마음을 닮아 나를 품지 못하고 나는 외.. 더보기 비냄새 비 냄새 난다. 좀 진하다. 초등학교 때 자전거 타고 집에 가는데 "비 냄새 난다!" 하고 말하면서 폐달 밟던 기억. 늘 비냄새 맡으면 그 기억이 난다. 오늘 딱 그 냄새가 나네. 비 오는 거 좋아 난. 어쩔 땐 옷이 흠뻑 젖어도. 근데 내일 어떻게 나가지. 흑. 더보기 6월 7일 나는 아빠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걸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앉아 있다가 든 생각이었다. 어쩌면 병원 대기실에서 사람들을 보다가 든 생각일지 모른다. 나는 아빠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말 오가는 일 별로 없고, 눈 마주치는 일 별로 없는 사람을 어느 순간 나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길을 걷다가 말했다. 아빠가 태어난 곳을 떠나고 싶다 한다고, 어디 괜찮은 곳이 없냐고 물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했지만 나는 그랬다. '난 이해해'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먼저 아빠를 이해한다고 말하다니, 그 순간 나도 얼만큼은 놀랐겠지. 내가 그 곳을 떠나온 이유와 아빠가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더보기 이전 1 ··· 60 61 62 63 64 65 66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