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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사라져간다.


점점 내가 사라져간다. 반짝이던 나도, 원래 없던 색도, 퇴색된다. 슬플일 없지만 슬프다.

반짝이지 않는 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누구 앞에서 당당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주눅들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하고 싶은 말도, 해야하는 말까지도 삼키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나는 손에 쥐었던 많은 것을 놓았다.

전화기를 움켜쥐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그 길로 들어서지 않는 걸까하고. 많이 생각했던 것들, 하고 싶었던 일을 전화기 너머로 듣고 있을 뿐, 내가 그것이 되지는 않는다. 고작 전화기만 움켜쥘 뿐, 앞에 있는 창문만 여닫을 뿐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주 되풀이 하곤 한다. 이 다음은 어떻게 살아가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하고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빨간불 신호등 앞에서도. 잠시 쉬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도. 나는 매번 묻는다. 또 어디로 가고 싶은거니. 하고.
하지만 가야할 곳이라던가. 가고 싶은 곳이 없다. 결국은 거기까지 왔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바닥까지 떨어져도 이루고픈 것들이 나에게서 사라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그랬던걸까.

"너도 사는 게 똑같구나. 너는 다를 줄 알았는데." 하고 말했지만,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수도 있겠다. 그 말을 듣고도 그러네요. 그 말 한마디 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사실은 궁금하다. 왜 너는 반짝이느냐고. 왜 그렇게 빛이나고, 어디에서 자신감이 나오고, 또 무엇이든 잘하느냐고.

나는 점점 흐릿해진다. 내 안에서부터 모든것들이. 그래서 나는 이제 흐릿하다. 그래서 빛을 잃었을 것이다.
위로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얼만큼 흐릿해졌는지.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정도는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잔인하게 무료한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도 행복한 시간이 올까.
지금 순간은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만 결국엔 행복으로 갈거라고 생각하는 나니까. 정말 생각하고 말하는대로 나는 행복으로 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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