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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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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곧 만나게 될거야.
아주 사소한  것들 때문에 서로 낯설어진 얼굴을 마주 하겠지.
자주 쓰던 펜이 없어진 걸 이제야 알았어. 곧 잘 꺼내쓰고 없으면 찾아서 라도 쓰던 펜인데 오늘 그걸 찾으니까 없더라. 생각을 더듬어 보니 손에 잡은지 꽤 오래도 되었더라고. 근데 없어진 줄도 모르고 지금에서야 그걸 찾겠다고 온 방을 다 뒤지고 있는거야. 
도저히 못찾겠다 싶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데 생각났어. 그게 너한테 있구나. 꺾었던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며 생각했지. 그게 너한테 있겠구나. 잘있니 하고 허공에 안부인사도 했다. 그게 왜 너한테 있을까. 하필이면.
나만큼 너도 그 펜을 자주 썼지. 펜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니까. 근데도 나보다 잘 끄적거렸고 그때마다 나는 네 옆에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너에게로 가는 게 당연했을 수 있겠다. 그래도 너는 여전히 펜을 잘 가지고 다니지는 않을거야. 그럴 것같아. 또 누군가의 펜을 빌려쓸지도 모르지. 아마도 넌 그럴거야.
그럼 난 이제 너에게 내 펜을 돌려달라고 해야겠다. 아니 조금 후에 내가 좀 그 펜이 필요할 때 너에게 전화를 해 대뜸 내 펜을 돌려 달라 말해야 겠다. 
그러니 우리 곧, 만나게 될거다. 아주 사소하고 또 유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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