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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노란색 색연필, 이 무더운 날 책장이 배달 오는 바람에 시작한 책장 정리, 하고 나니 뿌듯하긴 한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 어제는 혼자 책상을 조립하고, 오늘은 책도 다 챙겨 넣고, 벽에 좋아하는 사진과 그림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이제 반 정도 왔나, 꽁꽁 묶여 있던 책들도 제 자리에 들어가고, 꽉 끼는 가방 속 카메라도 꺼내 놓고, 어디 깊숙히 박혀 있던 정말 고등학생 냄새나는 사진도 올려 놓고, 그러니까. 또 그 책장 앞에 붙어서 이것 저것 꺼내보고, 읽어보고, 만져보고 한다. 오늘 꺼낸 책은 또 '신경숙' 작가님의 책, 아련한 겨울이다. 이제는. 한달만에 겨우 덮은 책이었다. 사실은 다 읽어버렸는데, 한달을 그 책만 가지고 다녔다. 왜였을까. 그 때 노란색 색연필로 줄그어 놓은 것들은. 그 때의 내 생각도 함께 들.. 더보기
또 이사를 했다. 인생을 쭉 놓고 본다면 초년쯤 되겠지만, 나는 지금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어쨌든, 어쩌다가 이사복이 터졌다. 이번이 몇번째 짐을 싸는 것인지. 저번까지는 얼추 몇번이다 생각도 났었는데, 지금은 손가락 하나하나 접어보는 것도 귀찮다. 이번해만 두번의 이삿짐 트럭을 불렀다. 한번은 먼 곳에서 돌아왔고, 또 한번은 가깝지만 멀리 떠나왔다. 적응한 것보다 적응할 게 더 많은 이곳에서 나는 얼마나 여기에 있을까를 생각한다. 더운 여름이지만, 게다가 더위로는 유명한 곳에 살지만 에어컨도 없이, 더군다나 선풍기도 켜지 않고 살고 있다. 바람이 세다. 덕분에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하루 샤워 두번정도로 더위를 이길 수 있다. 태어나 이렇게 높은 곳에 살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장을 보고 돌아왔다. 두팔 가.. 더보기
어쩌면, 8월의 크리스마스. 무어라 많이 적으려다. 결국엔 다 적지 못할 것 같아서. 소중해서 너무 아껴서 작은 박스에 이 편지 한통만 간직하고 있다고. 그때도 지금도. 그 말이 너무 감동이라고. "전화도 하지 말고 와" 더보기
그런 밤. 둘이 모두 행복하고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행복한 방법이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런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이 마음. 이게 뭘까. 텅텅 빈 방에 혼자 앉아 많은 소음 속에 가만히 그렇게 앉아 있다가 왈칵 토해내고 싶은 것이 나인지. 그대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열려있어야 하는 여름보다 안으로 웅크리는 겨울이 좋은 건 조금 더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적고 싶던 마음은. 이번 선택은 내가 조금 외로운 선택을 한 거라고. 더운 여름 속에서 나는 내 지난 겨울처럼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지나간다. 가만히 나이고 싶다. 온전히 나 하나만 생각하고 싶다. 더운 여름에 한 가운데서. 돌아서고 싶다. 더보기
갑자기 조카가 내 이름을 외운 건 일년 전 봄이었다. 병원에 붙여져 있던 메모를 보더니 고 쪼고만 입으로 이름 한번 웅얼 내 얼굴 한번 이름 한번 웅얼 내 얼굴 한번 앞으로 너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우리를 이해하는데까지. 또 한번은 무엇이 헷갈렸는지 이모!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아니 고모!하고 부르다이모고모! 고모이모!하고 부른다. 무엇이 어떠냐 싶어 왜왜 자꾸 불러 꼬맹이! 하고 볼을 쓰다듬으니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든다. 갑자기 .. 그 작던 아이가 . 겨우 전화 수화기에 대고 웅얼웅얼 하던 아이가. 곧잘 말하고 장난치고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고 인사를 하는 게 신기해서. 내 이름을 말하던 꼬맹이가 생각이 나서 적는다. 좀 더 크고. 인사도 안하고 꿈벅인사만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사춘기 꼬맹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