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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너는 내 얘길 듣고 있니?

 

 

 

 

눈을 보고 싶다. 펑펑 내리는 눈을. 그러다 그 속으로 들어가보고도 싶다.

가만히 당신 옆에 눕듯이 그렇게 누워보고도 싶다.

 

어제 자정쯤 잠이 깼다. 배는 고픈데 먹을 게 없어서 찾다가 생라면을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었다.

어둔 집 안에서 불도 안켜고 오도독 오도독.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내가 버리듯 떠나온 집 생각이.

 

그때 잠이 깬 건 라면 냄새 때문이었다.

마루에 나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나, 2시였나,

주방에 불이 켜져있어서 가보니 아빠가 라면을 끓이며 식탁에 앉아있었다.

잠결이었는데도, 눈을 비비면서 아빠 옆에 앉아서 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그 때 라면 참 맛이었는데.

 

오도독 오도독 씹던 라면을 두고 몇발짝만 가면 왠지 불을 켜고 라면을 끓이는 아빠가 앉아 있을 것 같았다.

 

빨리 잊고 싶었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었고

어떻게든 안정되고 싶었고

불길 같은 집에서 빨리 빠져 나오고도 싶었다.

그래서 급하게 새로운 곳으로 왔는데, 계속,

내가 그곳을 버리고 온 것 같은 기분이 자주. 어쩌다 한번씩 든다.

 

 

그러고 tv를 틀었는데, 이 노래가 나와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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