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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8.29 기다리는 것이 느닷없이 내게 오면 당황스럽지. 이번 가을이 그래서. 너무 순식간이여서 데면데면하다. 아직 그래도 좋은 건 어쩔 수 없어서 또 내리는 빗소리가 좋아서 좋은 건 기억하고 싶어서 잊지 말자고 적어둔다. 그때의 10년 후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먼 날이여서 그때쯤 한번 봐. 라는 말이 쉬웠었나 보다. 아니면 그저 생각 속의 말이였을 수도 있고. 시간은 무뎌지게 만들고 흐려지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여서 기억들이 드문드문 정확하지가 않다. 찬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가을. 더보기
7.24 석류나무에 석류꽃이 피고 조금 늦게 심은 방울토마토를 따 먹는 계절 숨막히는 여름 뒤에는 걷기 좋은 계절이 올테고 석류가 알알이 맺히면 그 땐 너도 올테고. 뭘 읽으면 좋을까 생각하다면 그땐 자주 가는 책방의 장바구니를 보면 됨 가득 모아놓고 또 고민을 하고 있네. 더보기
7.6 올해 초에 했던 다짐인 듯한 메모를 읽는다. 고운 말을 쓸 것 사람의 좋은 점을 먼저 찾아볼 것 다른 사람 나쁜 얘기는 하지말 것 세번은 생각하고 말할 것 긴가 민가 할 때는 혼자 일 것 상대방 얘기를 잘 들을 것 ... 예쁘게 말하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삐뚤게 말하지 말아야지. 더보기
6.15 살아있어서 그저 살아있어서 좋구나. 감사하구나 하고 생각한다.아무 기약이 없어도 살아있다면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나지 못해도 어디쯤 네가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하지.그런 것에 의지해 산다는 생각. 적어도 나는. 문득 전화해서 별거 없는 얘기만 늘어놓아도그게 아무렇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생각했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나는 좁고 낮아지는데 그 곁에 친구라고 어디 안가고 있어줘서 고마워. ...무엇에게든 기대려고만 하는 나라고 버스 창에 기대서 생각했다. 더보기
6.1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초라한 내가 초라하지 않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내 곁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읊어야지. 불안한 날이 지나가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