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글쎄, 그냥 설레 구멍난 곳 찾아 쏟아 붓듯 비가 내리고. 그래도 몰아치는 빗소리가 좋아 괜히 창있는 곳에 가 서 있고 아침 걸어가는 저 길과 내가 신은 신발과 들고 있던 우산과 메고 있던 가방의 색이 좋아 기분이 좋다. 전화를 해야지. 누구든 목소리를 들어야지 하며 건 전화의 끝에 엄마가 있다. 엄마가 오겠다 하는 말이 떨어지자 마다 마음이 들떠 지나가는 누구든 붙잡고 "엄마가 온대요!"하고 말하고 싶어 혼났네. 글쎄 그렇더라니까. 괜히 히죽거리며 오늘 뭔가 기분이좋았어. 하고 끌어다 붙인다. 엄마. 나도 엄마 배에서 열달을 헤엄치고 살았지. 태어났을 때는 쪼글쪼글 그야말로 핏덩이었겠지. 엄마는 또 나를 덥석덥석 잡지도 못하고 왜 우는지 왜 웃는지 왜 짜증을 부리는지 모르고 어르고 달래면서 나를 키웠잖아. 근데 그게 다.. 더보기 제목없음 우린 곧 만나게 될거야. 아주 사소한 것들 때문에 서로 낯설어진 얼굴을 마주 하겠지. 자주 쓰던 펜이 없어진 걸 이제야 알았어. 곧 잘 꺼내쓰고 없으면 찾아서 라도 쓰던 펜인데 오늘 그걸 찾으니까 없더라. 생각을 더듬어 보니 손에 잡은지 꽤 오래도 되었더라고. 근데 없어진 줄도 모르고 지금에서야 그걸 찾겠다고 온 방을 다 뒤지고 있는거야. 도저히 못찾겠다 싶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데 생각났어. 그게 너한테 있구나. 꺾었던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며 생각했지. 그게 너한테 있겠구나. 잘있니 하고 허공에 안부인사도 했다. 그게 왜 너한테 있을까. 하필이면. 나만큼 너도 그 펜을 자주 썼지. 펜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니까. 근데도 나보다 잘 끄적거렸고 그때마다 나는 네 옆에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너에게로.. 더보기 비오는 날은 버스, 두달만이다. 버스를 타는 게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난 버스를 많이 탔다. 중학교 때부터는 휴일말고 매일 버스를 타고 등교를 했으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버스를 타지 않은 건 정말 오랜 만이네. 비도 오고 어디서든 들려오는 빗소리는 마음을 설레게하고. 습기도 없이 찬 바람도 그렇고 이대로 집으로 가긴 뭔가 아쉬워 일을 굳이 만들어 멀리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그럼 난 지금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로 가는 거니까 괜히 또 설렌다. 나를 기다릴 사람에게 나 말고 또 뭔가 기분 좋아질 선물을 사들고. 준다고 산 선물인데 내가 기분이 좋아 콧노래도 좀 흥얼거리며 버스를 탄다. '이쯤이면 나 행복해' 란 생각도 들고 비때문에 짙어지는 조명들에 눈을 뺏기기도 했다. 이렇게 사.. 더보기 사라져간다. 점점 내가 사라져간다. 반짝이던 나도, 원래 없던 색도, 퇴색된다. 슬플일 없지만 슬프다. 반짝이지 않는 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누구 앞에서 당당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주눅들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하고 싶은 말도, 해야하는 말까지도 삼키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나는 손에 쥐었던 많은 것을 놓았다. 전화기를 움켜쥐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그 길로 들어서지 않는 걸까하고. 많이 생각했던 것들, 하고 싶었던 일을 전화기 너머로 듣고 있을 뿐, 내가 그것이 되지는 않는다. 고작 전화기만 움켜쥘 뿐, 앞에 있는 창문만 여닫을 뿐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주 되풀이 하곤 한다. 이 다음은 어떻게 살아가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하고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더보기 6.13 눈이 자주 아프다. 모니터를 계속 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안약을 넣으라고 한다. 한 날 눈을 감고 있다가 노란색을 생각했다. 몇 분이 지나고 어둠 속 노란색은 점점 흐려졌다. 생각하려 할수록 점점 흐려지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색이 그 색이 맞는지도 확신이 가지 않았다. 두려운 건 그때부터다. 한번쯤은 그랬으면 좋겠다. 흐려지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나 때문에 좀 혼란스럽고 아차 싶은 순간이 있었으면. 내게 한번쯤은 미안해 했으면. 뭐가 미안한지 몰라도 손톱 옆에 살이 일어나 까끄랍듯 네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프고. 힘들고. 서럽고. 외롭우라 빌지도 않고. 딱 그만큼이면 됐으니 그 정도는 느껴줬으면 싶다. 나도 참. 후생이 있다면 난 좋은 것은 못될 듯 싶다. 마음 하나 넓게 쓰지 못하니.. 더보기 이전 1 ··· 58 59 60 61 62 63 64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