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얼굴을 씻는데 포동포동 살 오른 볼이 만져졌다. 매번 닿는 얼굴인데 그날 따라 유난히 느껴지는 곳이 있다. 씻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데. 이렇게 살이 많이 올랐구나 싶어 순간 내가 낯설어졌다. 어디하나 이쁜 구석이 없다. 웃어도 울어도 가만히 있어도 못생긴 아이가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 눈도 헝크러진 머리도 울긋불긋한 얼굴도 모두 마음에 안든다.
예쁜 아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못난지 몰랐다.
예전 어디쯤에선 내 눈에서 빛이난다했던 이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빛이 없다. 설레지 않는 어제 오늘을 살다보니 내게서 모든 것이 빠져나가 껍질만 있는 것 같다. 나무 껍질처럼 바스락거린다.
오늘은 찬 바람이 불어 앞머리를 냈다. 거울 속 내 얼굴 낯설고 어색하고 하나도 예쁘지 않다. 결국 이런 걸로 나를 포장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눈이 따갑다.
누군가는 떠나고 싶고 누군가는 자고 싶은 오늘이 간다.
바람이 분다.
나는 여전히 멈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