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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좀 바보 같아.




좀 답답하다. 아침부터 맑은 하늘이 아니여서 그런가. 좀 춥기도 하고. 좀 으슬대기도 하고. 좀 서럽기도 하다.

찬 바람이 불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면 마음 가득 텁텁했던 공기가 새로 채워졌던 것 같은데 그래서 또 한동안 살아질 것 같았는데. 또 아니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아 답답하다. 가끔 이런 날 아무것도 결정짓지 못하는 내게 화가나서 소리 한번 쾌하고 지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니야. 네게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야. 하지만 가끔 너무 힘들어져서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 등에 얼굴을 기대고 싶기는 해. 그러고 내가 깜짝 놀라지. 이렇게나 약해졌나 싶어서. 시간이 다 지나고 이번에도 모든 게 해결되고 가라앉고 또 처음 비슷한 상태가 되면 말할게.
다 해결하고. 모든 게 지나고. 내가 이걸 해결했어. 이 모든 걸 지나왔어. 하고 말하면 그때 네가 토닥여줘. 잘했어. 수고했어. 하고. 그쯤이면 나 행복할 것 같아. 

하고 그녀가 말했다. 기다려야지. 그녀가 모든 걸 다 견디고. 지나고 오면 내가 그녀를 토닥여 줘야지. 그러니까 나도 그때까지 잘 살아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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