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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마을 눈. 눈을 생각 했다. 엄마를 기다리는데 속초에서 온 버스 밑에 눈이 녹아 있었다. 겨울이구나. 눈이 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언젠가는 속초행 버스에 내가 타고 있겠거니. 또 어디쯤엔 눈에 갇혀 며칠을 그곳에 있을 내 모습도 그려 보았다. 이번에는 눈 속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눈이 오길 바라며 일년을 기다렸는데. 아빠는 어떤 것으로 견디고 있을까. 아빠를 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오랜만에 일이다. 한 날 친구에게 너로 인해 내가 기차를 탈 수도 있어. 하고 말했던 밤. 시간이 지나 어디야?라고 물었던 네 물음에.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아 한참을 망설였다. 여기 바다야. 하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나는 그냥 집이야 라고 말했다. 말해놓고 보니 누군가 나를 이끌어 어디.. 더보기
집이 사라지는 걸 본 적이 있어?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뜬금없기도 했지만 우리 그럴 만한 사이가 아니니까. 집이 사라졌다. 이층집이었는데. 일층은 차고를 개조해 통유리문이 있는 그런 집. 처음 그 집 통유리문 집은 미용실이었다. 손님보다 마실나온 동네 사람이 더 많았지만 나는 그곳이 좋았다. 그러다 며칠 뒤 미용실은 하루. 일주일. 열흘 문을 열지 않더니 간판이 때지고 빈집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은 가정집이 되었다가 누군가의 작업실이 되었다가 다시 빈집이 되고. 지금 그 이층집은 흙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너진 집을 보는데. 내가 살던 집도 아닌데 벌써 괜히 그립기도 하고. 생각이 난다. 그 집의 마지막이 어땠더라. 오늘 아침만해도 말짱했던 집이 허물어진 걸 보며. 왜 이렇게 허탈하기만한지.. 더보기
없어지지 않는 곳 이 도시에 와서 처음 하고 싶었던 건 단골 가게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리 좋고 몇 시에 찾아가든 무엇하나 거슬릴 게 없는 그런 가게 하나를 발견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나를 가끔 눈 인사로 아는 체 해주기도 하고. 아니 매일 가도 처음 보는 사람 대하듯 깍듯해도 좋았다. 큰 곳부터 아주 작은 곳까지 혼자서 외로운 듯 또는 가볍게 많은 곳을 다녔지만 하나 둘 재고 따질 게 많아 나는 어느 곳에도 두번 이상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이층이고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창문 밖으로 끊임 없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내가 찾던 그 곳을 찾았다. 나는 혼자 일 때나 마음 맞는 친구와도 그 곳을 찾았다. 커피가 더럽게도 맛없었고 다른 게 매력적이지도 않았지만 그 자리면 충분했다. 자주가는. 이라고 이름 붙일 때쯤 그 가게는 .. 더보기
가끔의 생각 문득 든 생각 때문에 오싹해진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그 순간을 지나왔나 생각하고 있다. 이제 내것이 된 오른 발의 상처를 생각하며. 다시 다가오는 수술을 생각하면서. 멋모르고 수술까지하고 깁스도하고 실밥도 풀고 지금처럼 걷기까지의 시간이 꿈같다. 아직도 발을 감싸쥐면서 내가 다쳤다고? 묻기도 한다. 아문 상처가 대답을 대신해준다. 그래 니가 이렇게 다쳤어. 하고. 얼마나 아플지 상상도 못할 때는 철심을 박든 뭘하든 두려움이 덜했는데 겪고 나니 다가오는 시간이 두렵다. 그냥 다시 눈 뜨면 참 길고 어둔 꿈이었다하고 빨리 잊고 싶다고 생각해버리면 될 것 같은데. 오른쪽 검은 선은 계속 이게 진짜야. 더 이상 깰 꿈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상처. 내 오른손에도 작지 않은 상처가 있다. 엄지와 검지 .. 더보기
바람부는 날 가을 바람이 마음에도 불어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날들. 날씨 참 좋다. 손대기도 무서울 만큼. 무인도에 가야한다면 가져가고 싶은 3가지? 읽고 싶었지만 어려워 손도 못댔던 책 하나. 정말 좋아하는 음료 한병. 한번에 죽을 수 약. 외로우면 어치피 죽을테니 난 섬에 죽으러 들어가겠다. 그래도 의미있게 책 한권은 읽고. 맛있는 음료도 마시고. 빨대 꽂아서.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구름을 설명하라. 그럼 난 엄마의 가슴을 만져보게할 것이다. 내게서 나온 최대 혹은 최고의 대답. 근데 멋지지도 않고. 그냥그렇다. 최선의 것들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난 요즘 그냥 살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무섭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