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두 보기

버스에서 왜.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간 사람이 생각이 나는지. 그때 내가 좀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과 지금쯤 뭐할까. 어디에 있든 잘 살아있으라고. 지나가버린 사람 말고 사실 곁에 있는 사람이 지금 더 소중한건데.(아. 아닐수도 있겠다!) 어쨌든 가끔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한다. 나한테 참 잘해준 친구였는데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둣 없다. 끝은 이기적인 나때문이었다. 진짜 잔인하게 내가 못났었다. 나는 늘 누군가 필요했고. 그 친구가 내 것들을 조금은 보듬어주었으면 했는데 우린 너무 다르게 자랐고. 너무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순간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 친구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린 너무 달랐고. 다른 걸 또 다른 걸로 메우질 못했고 .. 더보기
기억 내가 잃었던 기억 중 하나를 건져왔다. 까마득해 나도 얼마간 가늠해 봐야했던 내 행동이었는데.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나는 고등학교때 가장 일찍 등교하는 아이였다. 버스가 애매해서 매번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가면 그제야 별이 지고 해가 뜨기도 했고. 학교 문이 열리지 않아 계단에 앉아 열쇠 꾸러미를 든 아저씨를 기다리기도 했다. 학교 일찍 가기를 좋아했던 건 밤 동안 꽉 막힌 교실의 공기를 풀어 줄 수 있어서였고. 또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나 혼자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아서였다. 혼자 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그런 것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도 그랬다. 아침 일찍 열쇠를 가질러가거나 창문을 열면 멀리 구름다리라고 부르는 교무실 앞 다리에서 차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셨다. 그러다가 눈 인사도.. 더보기
답답하잖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좀 쓸쓸하고 모두 아는 이야기겠지만 쓰고 싶어 설레였던 적 수 십번이었다. 근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백지 앞에서 점만 뚝뚝 찍는다. 너무 욕심이 많나보다 어떤 말이든 다 하고 싶어서 어떤 말도 못쓴다는 말이다. 앞과 뒤가 붙지도 않고 중간이 어딘지도 모르고 어쩔땐 어디로 흘러가고 싶은건지도 몰라서 잠들기 전에 몇 번을 돌아 눕기도 한다. 영 이쪽으로 감이 발달하지 못해서 욕심만 늘고 있는. 힘은 없고 성질만 남은 할아버지 같다. 흑. 참 가을 같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덥다곤하지만 바람이 이렇게나 불어서 나는 매일 아침 골목 걷는일이 좋다. 옷이 바람에 살랑살랑. 그 옷자락에 내 마음도 살랑살랑. 작년 9월 달력 10일 쯤 일기 첫 문장이 '아 가을이다'였다. 한달쯤이면 내.. 더보기
열두시 이분 나는 안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나는 뭐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게 보이지 않는 것은 보기 싫어 안보는 것.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내리는 비의 모양. 커가는 애플민트의 자람. 아침 내리는 햇살. 어렵지만 어렴풋이라도 누군가에게 그것들이 내게 주는 설렘. 떨림.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전할 수있다. 하지만 나는 모두 보고 있기때문에 보지 못한다 아무리 가정을 해도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나는 그래서 너에 대해 말할 수 없고 사랑의설렘과 행복 쓸쓸함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 결국 아무 것도 말할 수없고 쓸 수 없다. 더보기
다 거짓말 같아. 집에 돌아가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씻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가만히 누워서 밖에 소리를 듣는 것. 어제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화분을 두개나 들여놓은 것, 창에 두개를 나란히 세워놓고 보니, 여태 집에 살아 있는 것이 없었구나. 나만 귀신처럼 스윽 스윽 다니고 있었구나. 말소리도 없고, 생기하나 없이. 엄마가 집으로 돌아간 후 방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엄마가 놓아둔 그대로 하나 손 대지 않았다. 칫솔도 그대로. 집었다 놓아둔 종이 가방도 그대로. 벗어둔 옷도 그대로. 그렇게 며칠을 살았다. 그리고 어제 싱크대 위가 허전해 뭐가 없나 생각하다가 간장도, 식초도, 올리브유도 아무것도 없어 어디있지 싶어 선반 문을 여는데 거기 다 넣어져 있다. 그때쯤에야 어렴풋이 이른 아침에 밥도 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