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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집이 사라지는 걸 본 적이 있어?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뜬금없기도 했지만 우리 그럴 만한 사이가 아니니까. 

집이 사라졌다. 이층집이었는데. 일층은 차고를 개조해 통유리문이 있는 그런 집.

처음 그 집 통유리문 집은 미용실이었다. 손님보다 마실나온 동네 사람이 더 많았지만 나는 그곳이 좋았다. 그러다 며칠 뒤 미용실은 하루. 일주일. 열흘 문을 열지 않더니 간판이 때지고 빈집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은 가정집이 되었다가 누군가의 작업실이 되었다가 다시 빈집이 되고. 지금 그 이층집은 흙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너진 집을 보는데. 내가 살던 집도 아닌데 벌써 괜히 그립기도 하고. 생각이 난다. 그 집의 마지막이 어땠더라. 오늘 아침만해도 말짱했던 집이 허물어진 걸 보며. 왜 이렇게 허탈하기만한지.

사람 마음 하나같이 다 똑같지가 않아서.
이런 내 마음 이해 못 할지 모르지만. 

나는 집이 무너진 걸 본적있냐고 묻고 싶었다. 
그 대답을 들으면 이 사람이 내 선 안에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너진 집을 봐도 마음이 기우는 것이 사람인데. 다만 사람 하나 떠나고 돌아오는 일이 쉽고. 너그러울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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