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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눈 내리는 마을


눈. 눈을 생각 했다.
엄마를 기다리는데 속초에서 온 버스 밑에 눈이 녹아 있었다. 
겨울이구나. 눈이 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언젠가는 속초행 버스에 내가 타고 있겠거니. 또 어디쯤엔 눈에 갇혀 며칠을 그곳에 있을 내 모습도 그려 보았다. 이번에는 눈 속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눈이 오길 바라며 일년을 기다렸는데. 아빠는 어떤 것으로 견디고 있을까. 아빠를 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오랜만에 일이다.

한 날 친구에게 너로 인해 내가 기차를 탈 수도 있어. 하고 말했던 밤. 
시간이 지나 어디야?라고 물었던 네 물음에.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아 한참을 망설였다. 여기 바다야. 하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나는 그냥 집이야 라고 말했다.
말해놓고 보니 누군가 나를 이끌어 어디론가 갈 사람도.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이끌 사람도 없다는 것에 슬펐다. 슬프다는 말 말고. 좀 쓸쓸했다고 하는 게 맞나?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사람이라 너에게도 갈 수 있다. 그것이 재고 따질일은 아니다. 우리에겐 참 좋은 변명거리가 잊지 않은가. 보고 싶었어. 생각이 났어. 그냥. 이라는 그런 말. 
그리고 나는 덧붙일 거다. 눈이 오는 날 같이 걷고 싶었다고. 푹푹 빠지는 눈 속으로 같이 걸어가고 싶었다고. 

그때 말하겠지. 참 미웠지만 내가 가져갈 추억은 좋았으면 싶어서 이젠 말하지 않을거라고. 
나쁜 말을 할 때마다 결국은 내 추억의 못난 한 면만 들키는 것 같아 이제는 행복했던 것만 말할거라고. 말할수록 텅텅 비는 마음 갖고 싶지 않아 이젠 닫아두겠다고. 
결국 혼자만의 것이니 내 것으로 남기겠다고.

그때는. 내가 너를 찾아 떠나자고 말한다면 그때의 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따라 나서줬으면 좋겠다. 말없이 차를 마시고 말없이 걷고 말없이 눈밭을 걸어 종종 우리 가는 방향이 맞는지만 확인하고 푹푹 빠지는 눈밭의 발소리만 듣기로 하자. 그래. 그러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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