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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묻지. 누구를 기다리느냐고. 누구를 만나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고. 더보기
시골 ㅡ 나고 자랐던 곳. 지금 이 곳, 이 시간 멀리서 개구리가 운다. 내가 나고 자랐던 곳은 이런 곳이었지. 오랜만에 텅빈 방에 누워 보았다. 해는 뉘엿뉘엿거렸고, 방바닥은 차갑고. 아주 크고 많은 것들이 있던 방은 고작 나 하나가 대자로 뻗으면 가득 찬다. 이렇게도 작았나 싶어서 돌아 누워보는데. 항상 그 자리에 이불을 펴고 누웠던 아빠 생각이 났다. 그 자리도 더듬어 본다. 추석이든 설날이든 차례를 모시고 밥을 먹을 때면 숟가락이 여섯개였는데. 줄어든 하나에 아직 적응을 못했는지 나는 숫가락 여섯개를 준비하곤 한다. 엄마가 다섯개를 가지런히 놓으면 세어보곤 왜 하나를 덜 놔뒀지 하면서 숟가락을 놓다가 얼른 하나를 뺀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다보면 모두 여기에 담겨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읽을 수 있겠지... 더보기
부재 이제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또 집에는 내가 찾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나는 그 틈에 갇혔다. 고 생각했다. 방금 아니 오래 전부터.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사라져버린 그 순간. 아니 그보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 하나의 마디 속에 갇혀버렸다. 엄마와 앉아 맛있게 밥을 먹으면서도 상추쌈을 싸주며 먹으라고 내 입에 넣어주는 엄마와 눈을 스치면서도 문득문득 잠에서 깨 눈을 뜨면서도 이렇게 가만히 혼자 앉아 있을 때도 내일의 불안으로 먹은 것들을 모두 토할 때도 나는 허공에 대고 묻는다. 왜 하필 그 순간이었느냐고. 오늘처럼 시끌벅적한 연휴의 시작 앞에서도 당신을 생각한다. 그럼 조금 서럽고 조금 울고 또 괜찮아진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앞으로도 흐를 것인데 매번 이런 날들 앞에서면 턱 .. 더보기
말해야지. 그때의 시간과 그때의 나에 대해서. 우리의 이별은 인사도 없이 이뤄졌지만. 1년 반 동안 여전히 갇혀 있는 시간에 대해서. 너를 만나 함께인 동안. 말하고. 말해서 자그맣게 만들어야지. 더보기
하고 싶었던 말, 나는 여기에 있어. 아주 안보이게 숨어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나를 찾아주기를,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또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아무도 나를 찾지 않기를 바라면서. 잘, 잘 숨어 있어.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질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소리를 내어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계단을 밟으며 그래, 그때 울어버리고 말았어야 한다고 아직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혹은 한 해, 두 해를 넘길 때마다 이렇게 목까지 올라오는 것을 꾹꾹 참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인지는 몰랐다. 가만히 있다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저기 저 사람을 보아도 그렇다. 교복을 입고 아이의 진로를 이야기하는 가족 앞에서도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