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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거의 매년 겨울 연을 만들었는데 매번 실패하다가 딱 한 번(그러나 몇 번 일 수 있음) 제대로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봐야 문구점에서 파는 가오리연이었지만 그것도 매번 실패하던 때라 이 기억이 또렷한지도 모르겠다. 운동장에서 연을 날리는데 그 날따라 바람이 좀 세서 신기하게 한번에 바람을 타고 연이 하늘로 올라갔다. 당기면 바람을 타고 더더 높이 까지 갔는데 연줄을 당길 때마다 바람이 느껴져서 좋았다. 마치 물 속에서 누군가를 당기는 느낌. 그걸로 설명이 될까. 신이나서 얼레의 연줄을 줄기차게 풀었다. 어느새 연은 까마득하고.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이게 바람을 타니 나의 힘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이제는 연을 따라 내가 움직이는 꼴이 됐는데. 고작 비닐종이를 내 뜻대로 다루지 못해서 나.. 더보기
오늘은 결국 혼자여서 다행이라는 생각 아주 어둡게 거울을 볼 수 없도록 만든 건 옳은 선택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구든 나에게 책의 어떤 구절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으로 끝날 수 있던 것고 다행. 아주 쓸데없는 이야기를 와르르 쏟아내고 온 날은 텅텅 비어 무엇이든 닿을 때마다 텅.텅.텅 하고 소리를 낸다. 아주 크고 요란해서 가만히 아무말도 않고 소리도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래 차라리 어둡고 소리가 없어 다행이다. 이럴 땐 차라리 닫아두어야 한다. 더보기
웨딩드레스 웨딩드레스를 그렇게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친구의 결혼식은 이제 일주일이 남았다. 내 결혼도 아닌데. 설레고 떨렸다.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마디를 지나는 친구의 마음의 10분의 1은 이해했을까 싶어 집에 돌아오는 길은 알딸딸했다. 오래도록 먼저 인사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안녕. 인사하고 수다떨고. 나 이제 조금 밝아지고 즐거워질게 이제 좀 가까이 갈게 하고 이야기하는 오늘도. 지금도.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정말 미안하고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마음은 어디까지 전해졌을까. 몇시간을 말해도 전해지지 않은 것 같은 이 마음은 또 무언지. 엉킨 밤이다. 실타래의 처음도 끝도 중간도 어딘가의 언저리도 찾지 못하는 아주 이상한 밤이다. 앞으로의 날들을 축복한다. 아주 많이... 더보기
쓰여져야한다. 이렇게 우렁차게 울어대는 마음은. 가만히 있다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음은. 언제고 한번은 적어야 한다. 말 할 곳이 없으니, 여기는 내 흰 바람 벽.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는 적이 있다. 집에 내려온지 두어달만에. 아빠의 진료 예약 날짜 확인 전화였다. 시골이라 그런지 일정 나이가 되면 방문 진료도 해주고 매 해 찾아와 아픈 곳은 없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체크를 했나보다. 몇 개월에 한번이었겠지. 진료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쿵, 하고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졌다. 쿵, 어떻게 말해야할까. 몇 초의 정적이 흘렀겠지. 그리고 무슨 말이든 했겠지. 나도 이제는 물을 수 없는 물음을 저쪽에선 계속 묻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한 사람이 사라지고 종종 있었다. 아직도 우편물의 이름은 아빠의 것이 더 많고. 병원.. 더보기
어디에 있느냐. 좋아하는 작가님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항상 가지고 다니다가 어디 챙겨둔다고 넣어둔 곳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1시간동안 찾고 있으나 응답이 없음. 역시나 잘 챙겨 둔다고 하다가 잊어버린 게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줄 알면서 또 꽁꽁 숨겨두고, 대체 어디에 있느냐. 뭐든 부르면 대답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