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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또.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의 마지막 눈도 보고 벚꽃이 피고 지고 초록 잎파리를 내보내고 바람이 불고 다시 비가 내린다. 4월. 쓰려던 편지는 아직도 여전히 어디쯤에서 멈춰있고. 식탁에서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들리기도 하고 돌아오면 문을 열어줄 사람도 있고. 그래서.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 조금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써야지. 너에게 들려주어야지.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기억은 언제쯤 너에게로 갈 수 있을지. 일년동안 많은 사람을 잃었다. 불현듯 걸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나는 잃었다고 생각하나 그쪽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밀어낸 쪽도 있었겠지. 그때는 그랬어. 너무 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다 말하지 못했지. 정작해야할 말을 두고 엉뚱한 말을 하다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나.. 더보기
기억해두려고. 결국엔 내가 모두 떠나왔는데. 가만히 혼자일 때면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서글퍼한다. 근데 그때는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아무나. 내 전화를 받아줬으면. 누군가 새벽에 이유없이 전화가 왔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근데 이 감정 모두 지나면 그 뿐. 이렇게 적어 두지 않으면 기억도 안 날 감정일뿐이다. 더보기
그래서,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찾아 몇 달, 며칠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예쁜 편지지도 샀다. 봄처럼 노란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 앞에서 또 며칠을 생각했다.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를, 다른 사람에게 몇통의 편지를 쓰는 동안 첫 문장을 첫 단어를 생각하다가 오래도록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쓸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어쩌면 아주 불같이 너에게 전해지고 싶던 그 밤에 말하고 말았어야 했다. 아주 많이 너를 생각했다고.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찾아와 어디로든 들어가서 문장을 써내려갔다. 한시간동안 써내려 간 글자의 맨 마지막은 그랬다. '네가 내 옆에서 아무 말이나, 아니 너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주 아주 사소한 너의 이야기를 .. 더보기
그런 것 같아.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혼자 감당해야하는 시간인 것 같다. 무작정 누구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도 하고 싶었던 말, 지금의 나를 눈꼽만큼도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다른 말만 하다가. 또 다시 엇갈려버리고 헝크러져버릴테니까 지금 이 시간에 가만히 그냥 들여다 보려고. 무엇이든 부셔버리고 싶고 밀쳐내고 싶고. 떨어뜨리고 싶은 지금을. 잘 견뎌보려고. 더보기
철지난 사진들 시간 참 빠르다. 어느 시점으로부터 1년이 참 빠르다. 말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보고싶은 사람도 참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까, 다 쓸데없다 싶다.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 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 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