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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1시간짜리 짧은 코스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동안, 가을에서 겨울로 바뀐 것 같다. 더 쓸쓸해졌다고 해야하나. 산을 타면서 생각한 건 이렇게 한발한발 내딛는 것도 힘들면서 사람들한테 어느 산이든 올라가자고 말하는 나는 무슨 심보인가 생각했다. 처음 비슷하게 시작한 사람들이 앞으로 사라질 때마다 두려웠다. 뒤쳐지는 게 무서웠다. 이렇게 모두 다 사라질 것 같아서 가을이구나. 봄에 심었던 석류나무는 얼만큼 자라 있을까. 더보기
지금.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새벽. 더보기
너는 내 얘길 듣고 있니? 눈을 보고 싶다. 펑펑 내리는 눈을. 그러다 그 속으로 들어가보고도 싶다. 가만히 당신 옆에 눕듯이 그렇게 누워보고도 싶다. 어제 자정쯤 잠이 깼다. 배는 고픈데 먹을 게 없어서 찾다가 생라면을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었다. 어둔 집 안에서 불도 안켜고 오도독 오도독.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내가 버리듯 떠나온 집 생각이. 그때 잠이 깬 건 라면 냄새 때문이었다. 마루에 나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나, 2시였나, 주방에 불이 켜져있어서 가보니 아빠가 라면을 끓이며 식탁에 앉아있었다. 잠결이었는데도, 눈을 비비면서 아빠 옆에 앉아서 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그 때 라면 참 맛이었는데. 오도독 오도독 씹던 라면을 두고 몇발짝만 가면 왠지 불을 켜고 라면을 끓이는 아빠가 앉아 있을 것 같았다. 빨리 잊고.. 더보기
단지, 끝으로, 더 걸을 수 없는 곳으로, 결국, 돌아서게 되는 곳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을 뿐. 언제부터였는지, 그래, 누군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세시간은 족히 걸리는 길을 걸어 들어오면서부터 이게 내가 어떤 마디를 지나는 방법이라고, 집 현관에 기대어 생각했었다. 그래, 그 날부터였구나. 그래서, 이제 조금씩 걸어보려고. 걷다가 마음이 되었다고. 이쯤이면 됐다고 하는 그 순간을 맞아보려고.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더보기
혼란 내 그리움에 끝이 형태가 있는 것. 사람이라면 이렇지 않을 거란 생각. 막연한 것들. 잡을 수 없고 쓰다듬을 수없는 것들이라는 생각. 끝없이 기다리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어떤 감정이라는 것. 오늘에서야 혼란스럽다. 어제는 갑자기 누구에게든 말을 해야한다고 전화기를 붙잡고 안절부절했다. 새벽에. 그래 그 문장. 말해질 수 없는 것들. 결국엔 말해질 수 없다고 닫아두는 것들. 나를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나를 꺼내줄 것이 너라는 착각. 결국엔 모두 깨어질거라고. 쓰면 정리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너는 찾으면 찾아질 사람이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