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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669 꿈을 꾸었다. 예전 남자친구가 나에게 편지를 줬다. 편지를 주면서 자기한테 쓴 건 없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 대신 눈을 피했다. 받아든 편지 앞에는 669 였는지 999였는지. 암호처럼 숫자가 적혀있고. 편시 속엔 삼각자와 각도기들이 들어있었다. 꿈 속에서 그게 무언지 한참 고민했다. 무슨 뜻이지. 왜 내게 이걸 줬지. 하다가 깼는데. 눈을 뜨며 든 생각이 나에겐 아직 첫사랑이 오지 않았다. 라는 것. 꿈이 뭐가 이래. 하는데 며칠 전 짐 정리를 하다가 본 편지가 기억났다. 크리스마스 카드였는데. 자기도 꼭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카드를 줬는지 안줬는지는 미궁. 요즘 드라마를 보면 매번 저렇게 심각하고 진지한 게 사랑인가 싶다. 그래서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마냥 즐겁고 행복하진 않을테지만 묻지.. 더보기
가을, 비 어제부터 내린 비가 가을비라는데, 그래서 어제 밤엔 좀 괴로웠다. 새벽에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쓰려고, 어제 휴대폰으로 쓰다가 말았는데, 쓰려고. 비가 오니까.아직까지. 작년 이맘 때쯤 집에 잠깐 다녀간적이있었다. 3시간 하고 30분이 걸리는 곳, 거기다 지하철 시간을 보태면 대략 4시간의 거리는 마음처럼 쉽게 다녀가질 못해서 그 날도 맘 굳게 먹고 내려오던 참이었다. 휴가 덕분이었겠지. 몇 밤을 잤었으니까. 그 날은 더웠고, 집을 나설 때부터 짜증이 극에 달아있었다. 더위는 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저녁에 비가 내리더니 좀 선선해 진 것 같았으니까.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났다. 워낙 바쁜 사람들이라 그런지, 아님 마음이 없었던 건지 한번 모이기가 어려웠는데, 그날은 얼추 다 모였었.. 더보기
노란색 색연필, 이 무더운 날 책장이 배달 오는 바람에 시작한 책장 정리, 하고 나니 뿌듯하긴 한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 어제는 혼자 책상을 조립하고, 오늘은 책도 다 챙겨 넣고, 벽에 좋아하는 사진과 그림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이제 반 정도 왔나, 꽁꽁 묶여 있던 책들도 제 자리에 들어가고, 꽉 끼는 가방 속 카메라도 꺼내 놓고, 어디 깊숙히 박혀 있던 정말 고등학생 냄새나는 사진도 올려 놓고, 그러니까. 또 그 책장 앞에 붙어서 이것 저것 꺼내보고, 읽어보고, 만져보고 한다. 오늘 꺼낸 책은 또 '신경숙' 작가님의 책, 아련한 겨울이다. 이제는. 한달만에 겨우 덮은 책이었다. 사실은 다 읽어버렸는데, 한달을 그 책만 가지고 다녔다. 왜였을까. 그 때 노란색 색연필로 줄그어 놓은 것들은. 그 때의 내 생각도 함께 들.. 더보기
또 이사를 했다. 인생을 쭉 놓고 본다면 초년쯤 되겠지만, 나는 지금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어쨌든, 어쩌다가 이사복이 터졌다. 이번이 몇번째 짐을 싸는 것인지. 저번까지는 얼추 몇번이다 생각도 났었는데, 지금은 손가락 하나하나 접어보는 것도 귀찮다. 이번해만 두번의 이삿짐 트럭을 불렀다. 한번은 먼 곳에서 돌아왔고, 또 한번은 가깝지만 멀리 떠나왔다. 적응한 것보다 적응할 게 더 많은 이곳에서 나는 얼마나 여기에 있을까를 생각한다. 더운 여름이지만, 게다가 더위로는 유명한 곳에 살지만 에어컨도 없이, 더군다나 선풍기도 켜지 않고 살고 있다. 바람이 세다. 덕분에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하루 샤워 두번정도로 더위를 이길 수 있다. 태어나 이렇게 높은 곳에 살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장을 보고 돌아왔다. 두팔 가.. 더보기
어쩌면, 8월의 크리스마스. 무어라 많이 적으려다. 결국엔 다 적지 못할 것 같아서. 소중해서 너무 아껴서 작은 박스에 이 편지 한통만 간직하고 있다고. 그때도 지금도. 그 말이 너무 감동이라고. "전화도 하지 말고 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