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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다. 내게는 어려웠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맛있는 밥 한끼 먹자고 오랜만에 산책하듯 걸어 음식점을 찾아가는 동안. 나는토끼풀꽃을꺽어 반지를 만들었다. 반지도 했다가 팔찌도 했다가 머리에도 걸쳐보다가 사진도 찍었다. 여기는 많은 것이 달라졌고 나도 많이 달라졌지만 꽃반지 만드는 법은 잊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새벽 불현듯 드는 불안함에 눈을 뜨고 이불깃을 꼭 붙들긴하지만. 살아있으니 살아갈거라고. 뭐든 감사하다고. 더보기
이야기.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하고, 평범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간혹 평범하지 않은 것들로 둘러쌓인. 나에 대해서. 나에게는 짧은 시간이었던 다섯개의 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 동안 겨울에 웅크린 나무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 조금 추웠다. 그 다섯개의 개월,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두의 한마디를 지나왔다. 혹은 지나고 있다. 슬펐고, 슬펐지만 많이 울지는 않았고, 지나고 난 후로는 줄 곧 모든 사람이 겪는 슬픔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는 것처럼 내 상황을 설명했다. 가까운 몇몇에게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힘들다고 찡찡거리도 했지만 미안하다고 입을 다무는 일이 많았다. 그래, 나는 아직 슬프고, 감정이.. 더보기
여름, 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다. 이미 더운 여름 중간쯤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여름은 얼마나 치열하고, 후텁할까. 엄마와 저녁 반찬을 사러 걸어갔다 돌아왔다. 주방에 앉아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하고, 나는 그 옆에서 쓴다. 그렇게 바라던 아주 평범한 일상. 대문엔 장미덩굴이 환하게 피었다. 이 작고 낡은 집에서 우리의 추억은 방문 손잡이 손 때처럼 가득이었을것이다. 슬펐고, 외로웠고, 때론 행복했고 즐거웠던 곳. 아무리 낡고 오래되어도 그것은 어디에 가지 않고 여기 가만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쁜 조카가 와서 방안을 마루를 뛰어 다니던 발자국도 작고 어린 나의 발자국도 이젠 없는 사람의 흔적도 이 문턱을 지나간 많은 사람들 모두, 여기 그대로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 이 곳에 올 때면 서.. 더보기
추억은 추억은 늘 이렇듯 부끄러운 것일까. 메일 정리를 하다가 오래 전 벌써 10년이나 된 편지를 읽었다. 손발이 오글오글. 부끄럽고 낯뜨거워 금방 창을 닫고 말았지만. 그래도. 10년이나 되도록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열 여섯의 나와 스무살의 나와. 지금이 내가 서로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서툴렀던 사랑은 어디만큼 왔는지,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 너는 어디에 있는지,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은 어디로 갔는지, 그럼 지금 이 모든 선택도, 나중에는 모두 추억이 될 수 있을지. 더보기
이 마음. 이 마음. 이 불같은 마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