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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6.30 눈을 감고 깜깜한 그 자리에 집 하나를 짓는다. 조금 엉성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견고하기도 하다. 아침이면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집이지만 오늘도 역시 무엇이든 지어보는 밤 매미가 이틀 전부터 울기 시작했다. 매미 소리를 들으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구나 한다. 나의 여름 알람 꼬박 한달 하고 반쯤이면 이 뜨거운 해도 찬바람에 기세를 누르겠지 모든 건 또 지나가겠지 하며 주문을 건다. 적당히 지나가 줘라. 여름아 🫣 더보기
5.31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나한테는 없지만 저기 멀리 어디에 지구 반대편 혹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느 한 구석에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보지 못하고 닿을 수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그렇게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도 쉬기 싫은 밤 창을 열어 찬 바람을 맞게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내곁에 있는 게 좋은 거 같아” 무심코 던진 말이라도 오래오래 생각한 다듬어진 말이라면 더더욱 좋은 내 5월을 견디게 해준 그 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푸른 바다 앞에서도 초록잎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릴 때도 새벽 끄트머리에도 종종 혹은 자주 생각했다. 더보기
4.30 요즘의 취미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 앉아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아직 살아보지 못해 영 어려운 앞으로의 이야기도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은 어릴 적 이야기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신기하다. 다음에 친구가 한국에 오면 거기로 가자. 예전이 갔던 그곳에 가자. 다음엔 이 친구가 사는 곳에 가보자. 행복한 일을 많이하자. 우리의 지금을 많이 남겨두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울기도 했다. 몇 주는 더 전에 꾸었던 꿈 얘기를 했고 친구가 먼저 죽는 꿈을 꾸었는데 먼 이야기가 아닐 거 같아 슬펐고 그런 날이 올 때 견뎌야하는 마음이 버거워 눈을 뜨고 울고 며칠은 더 그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우리는 이제 그런 걱정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그리고 생각난 오랜 친구를 먼저 .. 더보기
3.31 4월이 시작인 10년짜리 일기장의 마지막 장을 적는다. 꼬박 1년을 채워넣은 일기. 이제 다시 첫번째 장으로 돌아간다. 1년 빠르네. 3월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아 무엇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닿을 수 없는 사람 생각에 슬펐고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즐거웠고 이기심을 생각하다 암담했고 꽃이 피어 다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울어진 나무가 유독 많은 이 고분을 걸을 때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옆에 있는 것에 기대고, 숨기도 하고, 가려지기도 해서 멋대로 자라도 적당히 숲속의 하나가 되어 있어 좋았다. 어쨌든 3월 마감 🙋🏻‍♀️ 더보기
2.28 흘러갈 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여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