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흰 바람벽, 썸네일형 리스트형 9.30 1. 찬바람이 분다. 간절하게 바랐던 9월 정말 마지막이 올까 싶었던 일이 끝났다. 마지막 마감을 하던 날 입을 틀어 막고 소리도 쳤다.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은 오랜만이다. 무엇을 해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해낸 자’라며 나를 칭찬해줬다. 뿌듯뿌듯 2. 신호등의 초록불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엄마는 초록불이 바뀌고 한눈 팔지 않고 곧바로 걸어야 맞은편까지 닿을 수 있다. 엄마보다 나이가 더 있거나 지팡이를 짚은 사람 혹은 몸이 불편하면 빨간불이 되고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 했고 그래서 요즘은 이 신호등은 몇 초나 시간을 주나 보는 일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나이로 진입했다. 그제야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텐데’라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엄마의 노년의 삶을 생각하며.. 더보기 8.31 텅빈 학교를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던 참이었다. 조금 걸었더니 어느새 후두둑 소나기가 내렸다. 뛰었지만 홀딱 젖어버렸고 버스정류장은 멀기만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보면서 서러웠다. 왜 누구에게도 연락을 못했지 누구든 비를 맞고 있지 않냐고 연락을 주지 않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비는 그치고 짧게 무지개가 비쳤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옷은 말라가고 마치 꿈에서 깬 거처럼 멍했던 그 날 그때는 왜 비가 조금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보자는 생각을 못했을까 이제는 이렇게 기다려보기도 하는데 살면서 배운 건 이런 건가 우산이 없어도 누구든 데리러 올 수 없어도 비에 젖지 않고 도착할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 옷이 젖지 않게 비를 피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보기도 하는 것 홀딱 젖어 이제 막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사.. 더보기 7.31 뭘 그렇게 기다리는 거야. 고양이 기척을 내어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 그 뒤에 나도 앉아 가만히 기다려 보았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을 때가 더 많던데 네가 기다리는 것은 도착했을까 요즘은 기다리는 것을 잊을 때도 있는데 무언가 도착해주기를 바라기도 해. 습기 가득한 이 짙은 여름의 가운데 나는 도착할 곳에 잘 왔어. 결국 나는 여전히 비슷해. 달라질 법도 한데 여전히 좋아하던 것들을 좋아하며 잊고 있을 뿐 언제봐도 그런 내가 되어 있지 여기로 와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단다. 더보기 6.30 매일 밤 비가 지나가는 요즘 새벽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선잠에 꾼 꿈도 잊어버리기 좋다. 새벽이면 나락이 어딘지 알아볼 참으로 떨어지기만 하던 기분도 잠들고 깨어나면 아무것이 아닌 게 된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일을 만들어 나가보니 온통 푸르네. 이렇게 푸를 일인가. 습기 가득해 늘 싫었던 여름도 다시 보게 되는 푸르름이다. 세상에 땀에 홀딱 젖어 돌아왔지만 내 어디 굳게 닫힌 창 하나 정도는 덜컥 열렸을 오늘 푸른 6월 안녕👋 더보기 5.31 나는 나를 사랑해 볼 참이야.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