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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8.31 텅빈 학교를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던 참이었다. 조금 걸었더니 어느새 후두둑 소나기가 내렸다. 뛰었지만 홀딱 젖어버렸고 버스정류장은 멀기만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보면서 서러웠다. 왜 누구에게도 연락을 못했지 누구든 비를 맞고 있지 않냐고 연락을 주지 않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비는 그치고 짧게 무지개가 비쳤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옷은 말라가고 마치 꿈에서 깬 거처럼 멍했던 그 날 그때는 왜 비가 조금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보자는 생각을 못했을까 이제는 이렇게 기다려보기도 하는데 살면서 배운 건 이런 건가 우산이 없어도 누구든 데리러 올 수 없어도 비에 젖지 않고 도착할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 옷이 젖지 않게 비를 피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보기도 하는 것 홀딱 젖어 이제 막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사.. 더보기
7.31 뭘 그렇게 기다리는 거야. 고양이 기척을 내어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 그 뒤에 나도 앉아 가만히 기다려 보았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을 때가 더 많던데 네가 기다리는 것은 도착했을까 요즘은 기다리는 것을 잊을 때도 있는데 무언가 도착해주기를 바라기도 해. 습기 가득한 이 짙은 여름의 가운데 나는 도착할 곳에 잘 왔어. 결국 나는 여전히 비슷해. 달라질 법도 한데 여전히 좋아하던 것들을 좋아하며 잊고 있을 뿐 언제봐도 그런 내가 되어 있지 여기로 와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단다. 더보기
6.30 매일 밤 비가 지나가는 요즘 새벽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선잠에 꾼 꿈도 잊어버리기 좋다. 새벽이면 나락이 어딘지 알아볼 참으로 떨어지기만 하던 기분도 잠들고 깨어나면 아무것이 아닌 게 된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일을 만들어 나가보니 온통 푸르네. 이렇게 푸를 일인가. 습기 가득해 늘 싫었던 여름도 다시 보게 되는 푸르름이다. 세상에 땀에 홀딱 젖어 돌아왔지만 내 어디 굳게 닫힌 창 하나 정도는 덜컥 열렸을 오늘 푸른 6월 안녕👋 더보기
5.31 나는 나를 사랑해 볼 참이야. 더보기
4.30 낮잠이 길었다. 꿈을 꾸었는데 어쩐지 깨고나서 슬프고 외로웠다. 더듬어 보아도 꿈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데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얼마쯤 살았고 얼마쯤 더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해는 저물고 등 뒤로 찬바람이 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