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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31 조금 들떠있는 요즘 차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야할 일들을 적고 해낸 것들은 줄 긋는다. 하나를 놔두고 모두 줄 그었는데 또 다른 하나가 적힌다. 적고 지우고 적고 지우고 이렇게 겨우 하루씩 살아가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인생이 되네. 나는 영영 이렇게 살다 가겠지. 어느 정도 일정한 나의 삶의 형태가 있었음을 안다. 이 들뜸이 가라앉으면 그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 온전한 나로 해질녘 산책을 하고 맛있게 한끼를 먹고 저녁 늦은 샤워를 하고 바짝 말린 머리를 쓸어 넘기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일이 끝난 새벽 귓속에 윙하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함 속에서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겠지. 더보기
12.31 1. 떠나는 설렘과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곳 기다리는 사람들이 기다리던 사람을 만날 때 표정을 보는 일 기차역이 좋았다. 기다릴 때는 설렜고 떠나보낼 때는 쓸쓸했다. 감정의 몇 개쯤은 닫아두고 살았던 요즘 여행자의 곁에서 어떨결에 많이 걷고 보고 이야기하니 달려드는 잊고 있던 기분들 이제 모두 떠나고 텅빈 승강장을 천천히 걸어나왔다. 문득 내가 이렇게 들떠 있었구나 싶었다. 돌아가는 길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 또 한 해를 살아냈다. 지나고 보니 또 별거 아닌 게 많네 그냥 살아야지. 하루하루 하고 싶은 거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야지. 그럼 행복한 내가 되겠지. 더보기
11.30 무작정 걸었던 올해 가을 길 눈이 오고 이젠 낙엽이 모두 졌겠지 했는데 고개를 들 때마다 물든 나뭇잎에 위로가 되던 날들 숨을 들이마시면 찬 바람이 온 몸을 씻어주는 거 같아 좋았다. 답답한 날엔 친구에게 가 함께 걸었다. 그냥 걸었을 뿐인데 그냥 웃고 떠들었을 뿐인데 다음을 기대하게 됐다. 같이 먹을 붕어빵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겨울 나라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할 드라이브 무엇하나 빠짐없이 행복할 날들 행복해야지 미룰 틈이없지 가을 안녕 겨울 안녕👋 더보기
10.31 가을의 산책길 떨어지는 낙엽도 바람 소리도 좋았던 10월 어느 날 이런 날도 있었지만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날씨에 소란스럽기도 했다. 매일 할일을 해내고 맛있게 밥을 먹으며 이렇게만 해도 좋은 나라는 걸 인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주문조차 먹히지 않는 날이 많아 고됐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은 숨이 턱턱 막히는 날도 지났다. 지났으니 숨 한번 크게 몰아쉬고 균형을 맞춰 적당히 또 살아내야지 더보기
9.30 1. 찬바람이 분다. 간절하게 바랐던 9월 정말 마지막이 올까 싶었던 일이 끝났다. 마지막 마감을 하던 날 입을 틀어 막고 소리도 쳤다.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은 오랜만이다. 무엇을 해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해낸 자’라며 나를 칭찬해줬다. 뿌듯뿌듯 2. 신호등의 초록불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엄마는 초록불이 바뀌고 한눈 팔지 않고 곧바로 걸어야 맞은편까지 닿을 수 있다. 엄마보다 나이가 더 있거나 지팡이를 짚은 사람 혹은 몸이 불편하면 빨간불이 되고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 했고 그래서 요즘은 이 신호등은 몇 초나 시간을 주나 보는 일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나이로 진입했다. 그제야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텐데’라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엄마의 노년의 삶을 생각하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