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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7.31 내 하루는 끝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하루가 저기서 밀려올 때 아침 바람을 손을 들어 맞아본다. 참는 날보다 참지 못하는 날이 하루 더 많아졌다. 그건 다 여름 때문이라고 계절 탓을 해본다. 미룰 수 있는 것은 미뤄서 살아가는 날도 있다. 매미가 운다. 세차게 운다. 더보기
6.30 마치 행복에 총량이 있는 것처럼 더보기
5.31 늘 같은 풍경 같은 길로 걷다가 한번도 와보지 않은 곳에 좀처럼 일어날 시간이 아닌 때에 일어나 길을 걸었다. 아직 채 잠이 덜 깬 상태로. 그래서 여전히 몽롱했던 새벽쯤으로 기억될 풍경은 꿈같이 흘러간다. 가끔 눈을 감으면 검푸른 바다가 밀려오는데 어느 날 이 안개도 밀려올 거라는 걸 안다. 그저 이끌려 가고 싶은 순간에 맞춰 그곳에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더보기
4.30 산책길에 세 번쯤 라일락 꽃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4월 좋은 이유는 라일락이 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금 행복해야 해. 10년 후 사진을 보며 ‘나 그때 행복했었네’ 하려면 좋아하는 걸 미룰 시간이 없어. 라고 4월의 마지막 일기장에 적었다. 잊고 싶은 기억은 두 번도 생각말고 잊어버리고 보고 싶은 날이면 보고 싶었다고. 떠나고 싶은 날은 멀어도 떠나버리는 날이 있어야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오늘을 떠올리며 그때 진짜 잘했다고. 행복했다고. 또 그래서 견딜 수 있는 힘을 받을 테니까. 다시 라일락이 필 때 만나. 4월 안녕👋 더보기
3.31 길을 걸을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내가 이렇게 꽃을 좋아했나 하고 생각했던 며칠. 겨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각 계절마다 좋아하는 날이 하나씩은 있었다. 매번 지나는 길이 있는데 앙상한 가지만 있다가 싹을 틔우는 초록을 볼 때 나는 설랬다. 봄이 오는구나. 뭐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얼굴은 환하고. 가끔 나도 행복해서 웃었다. 환하게 떠있는 벚꽃 아래를 걸었다. 낮이든 밤이든 그 길 아래서는 조금 더 천천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