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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2.28 필요할 때 너는 내게 필요한 말과 글 생각과 마음을 턱턱 주고 가지 부곡 _ 황인찬 폐업한 온천에 몰래 들어간 적이 있어 물은 끊기고 불은 꺼지고 요괴들이 살 것 같은 곳이었어 센과 치히로에서 본 것처럼 너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론가 멀리 가버렸어 풀이 허리까지 올라온 공원 아이들이 있었던 세상 세상은 이제 영원히 조용하고 텅빈 것이다 앞으로는 이 고독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긴 터널을 지나 낡은 유원지를 빠져나오면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많았다 더보기
1.31 꾹꾹 눌러담아 놓은 마음들을 가볍게 말하고 나니 내가 가벼워졌다. 혹 나의 생각과 마음이 누군가에게 흘러 물들게 할 것 같아 그저 혼자 뒤척이던 밤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네 오두막 하나를 만들면 좋겠다. 언제든 다녀가라고. 말하면 좋겠네. 더보기
12.3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주는 평온함에 기대어 살아가기를 빌 때가 있었다. 그런 내가 차곡차곡 쌓인다. 더보기
12.2 작은 네모 칸에 오늘 뭐 먹었는지 적어가며 견디던 시간을 지나. 기억하고 싶었던 일, 그저 반복되는 일들을 적으며 지나온 시간이 벌써 이만큼 텅 빈 내년의 달력, 기념일들을 생각하며 넘겨보다 1년이 고작 12페이지라니. 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시간은 이제 빨라졌다. 푸른 여름을 지나던 마루의 찬 기운을 느끼며 느리게 흐러던 시간은 이제 내게 없다.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고 좋은 건 좋다고 말하는” 이라는 말을 오늘 일기장에 적는다. 더보기
11.13 요즘 나는 나한테 많이 묻는다. 오늘은 날 위해 뭘해줬니? 하고. 맛있는 걸 먹었니 좋아하는 걸 봤니 공상 같은 즐거운 일들을 상상했니 갖고 싶은 건 가졌니 하고. 그래서 택배가 너무 자주 오긴하지만 좋아. 맛있는 걸 먹었어. 오늘은 그게 제일 좋았어. 하고 묻고 답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하고. 끝까지 내 행복은 포기하지 말아야 해. 그걸 기억해야 해. 다음은 행복하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해보기로 한다. 가을 다 갔네. 벌써 겨울이네. 하고 있었는데. 아직 이렇게 가을 한가운데에 있네. 내가. 올해는 아직 맛있는 사과를 못 먹어 아쉽지만 계절이 간다고. 또 계절이 온다고. 그렇게 느끼고 있으면 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