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취미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 앉아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아직 살아보지 못해 영 어려운 앞으로의 이야기도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은 어릴 적 이야기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신기하다.
다음에 친구가 한국에 오면 거기로 가자.
예전이 갔던 그곳에 가자.
다음엔 이 친구가 사는 곳에 가보자.
행복한 일을 많이하자.
우리의 지금을 많이 남겨두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울기도 했다.
몇 주는 더 전에 꾸었던 꿈 얘기를 했고
친구가 먼저 죽는 꿈을 꾸었는데
먼 이야기가 아닐 거 같아 슬펐고
그런 날이 올 때 견뎌야하는 마음이 버거워
눈을 뜨고 울고 며칠은 더 그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우리는 이제 그런 걱정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그리고 생각난 오랜 친구를 먼저 보내던 아빠가
병원 앞에서 엉엉 울던 모습을 이야기하다 왈칵 눈물이 났다.
“주책이지. 이젠 이런 마음을 참지 못해 눈물이 난다” 하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
어떤 일은 코웃음을 치며 잘 견디기도 하고
어떤 일에는 살짝만 스쳐도 바닥에 엎어져서 땅을 치며 운다. 서럽게.
혼자 살아갈 앞으로의 날이 좀 무섭기도 하다는 이야기에
왜 혼자냐며 같이 잘 살아갈 생각을 해야지. 하는 친구의 말이 정말 고마웠다.
말일뿐이라도 고마울텐데 그게 진심이란 걸 알아 더 고마웠다.
휘청이던 날마다 오고가는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다.
글 솜씨가 좋아 잘 담아두면 좋으련만
이렇게라도 기록해둔다.
이런 것들로 내가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여전히.
여기 내 흰 바람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