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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 계절 안에도 순서가 있어서 벚꽃이 피고 질 때쯤 진달래가 핀다. 라일락이 질 때쯤엔 아카시 꽃이 오고. 올해는 조금 늦는다는 장미도 이제 끝자락쯤. 뭐가 이렇게 빨라. ☹️ 더보기
4.13 ​ 밝은 갈색 나무 창틀이 있던 집 내가 몇 년을 머물렀던 바로 그 집 지나고 보면 별 거 없지만. 지나가던 그 땐 눈물도 웃음도 이야기도 넘쳐나던 그 곳, 그 집 오늘은 그 길을 오래고, 오랜만인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 옛날 집을 찾아가며, 그 때, 그 쯤 있던 것들을 더듬어 도착한 집을 밖에서 올려다 보는데 여전히 그 밝은 갈색 나무 창틀이 보였다. 장난처럼 늘 마시던 코코팜을 마시면 스무살쯤으로 돌아갈 수 있냐며 말했지만 나는 그 창틀을 보는 순간 시간을 훅 뛰어넘는 것 같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 불이 켜져 있어 문을 두드려봤다던 언니도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다 집 앞에서 내 이름을 불러봤다던 친구도 별 거 없던, 하지만 한 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 없던 그 밤 친구와 나누던 각자의 이야기들도 그리.. 더보기
4.11 ​ 계절에 둔감해지지 말아야지. 봄 냄새를 맡아야지.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꽃도 피고 모든 계절이 함께인 요즘. 필요한 때에 필요한 것이 그곳에 닿았으면. 더보기
2.17 ​​ 보이지 않지만 봄은, 저기 멀리서 아주 오래 전부터 천천히 밀려오고 있었다. 잘 잊을 뿐. 꾸준히. 온다. 벌써 이만큼. 더보기
1.10 ​ ‘다 나 행복하자고 그러는거야.’ 문득 그 생각이 스치자 지난 모든 일들이, 두렵고, 어렵고, 슬펐던 것들이 그냥 그런 일들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쏜 화살이 나의 마음 정중앙에 꽂히는 듯한 편지를 받았다. “네 고민의 하나 정도는 티끌만한 먼지가 되어 아무 힘도 없어졌으면, 소소한 기쁨이 때마침 찾아왔으면.” 사람을 짐작하는 것은 이런 것이겠지. 너는 매번 전해지는데. 나는 매번 반의 반은, 그 반의 반은 전해졌나 하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서너번 지나가고 견디고, 견디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를 서넛 거두었다. 구멍난 머리에 머리카락이 조금씩 채워지고 투정같은 어제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게 되고 어쨌든 네가 바라던 나는 조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