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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시골 집은 점점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것을 아는지 제비는 오지 않고 나무마다 벌레들이 파고 든다. 일주일이면 늘어진 장미꽃도 꺽이고 빨랫줄 널어놓은 마른 걸레도 어디로 사라진다. 봄이면 라일락 향이 그득하고 집 뒤 담벼락에 기대듯 아카시아 꽃이 피고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집. 차가운 마루바닥에 누워 부채질을 하고 석류 꽃이 떨어지면 알알이 가득 찬 석류가 익는 집. 사라지지 않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4.25 - 시간. 꼬맹이도 벌써 스무살이 되었구나.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었지만 한참 바라보았지. 올해가 지나면 한살이 더 느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렇네요. 라는 노래가사도 생각났다. - 10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닫아두었던 타임캡슐을 열었다. 손가락 열개 이렇게 쉽게 접히는구나. 10년 전 사진들, 10년 전의 나와, 내게 소중한 사람들, 지금은 곁에 있지 않지만, 멀어졌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도했다. 어디서든, 뭘 하든 행복하라고, 나는 꼭 너를 위해 기도한다고, 그때 예쁜 가족사진 하나 넣어둘걸, 너무 가깝고 너무 익숙해서 그거 넣을 걸 잊어버렸네. 더보기
4.21 빗소리에 잠이 깼다. 깨어 맡은 냄새가 비냄새여서 비가 오는구나 했을지도 모르고. 열린 창을 닫았다. 밤새 외로운 엄마를 향해 켜져 있던 티비도 껐다. 이제 고요하다. 며칠 계속 되던 코감기도 갔나. 살갗이 아파서 어디 조금 부딪혀도 이내 울상이 됐는데 이제 더듬 더듬 만져보아도 좀 덜 아프니 이번 봄은 이렇게 가려나 싶다. 더보기
4.20 개운하게 나으면 걸어봐야지 마음까지 후련해지면 뛰어도 봐야지. 꿈을 꿨다. 정말 사람이 많은 결혼식장에서 친구는 결혼을 했고 또 옆 결혼식장에선 내가 아는 사람이 결혼을 하고 북적북적한 틈에 왜 여기서 이런 꿈을 꾸나 생각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지나가 머리가 아팠고 뒷통수를 툭툭 치다가. 너를 기다리는 나를 보았다. 머리를 때릴 게 아니라 가슴을 때려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 밑에 숨어서 누가 나를 알아챌까 눈을 감는데 꿈에서 깼다. 새벽 4시. 텅텅 빈 마음을 붙잡고 싶어서 움켜쥐던 이불자락. 한나절이 지나도록 생각이 나서 적어둔다. 축복할 날이 많아지는 요즘이라 그랬나보다. 더보기
4.17 아직, 있다 ㅡ 루시드 폴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꽃들이 피던 날 난 지고 있었지만 꽃은 지고 사라져도 나는 아직 있어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