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6.15 살아있어서 그저 살아있어서 좋구나. 감사하구나 하고 생각한다.아무 기약이 없어도 살아있다면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나지 못해도 어디쯤 네가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하지.그런 것에 의지해 산다는 생각. 적어도 나는. 문득 전화해서 별거 없는 얘기만 늘어놓아도그게 아무렇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생각했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나는 좁고 낮아지는데 그 곁에 친구라고 어디 안가고 있어줘서 고마워. ...무엇에게든 기대려고만 하는 나라고 버스 창에 기대서 생각했다. 더보기 6.1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초라한 내가 초라하지 않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내 곁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읊어야지. 불안한 날이 지나가길.. 더보기 6.7 ㅡ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 때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을 되새긴다.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늘 나보다 어른스럽다. ㅡ더 이상 자라지말라고 가지를 쳐낸 살구나무에 꽃이 피고 살구가 가득 맺혔다, 모든 것에는 자기 나름의 생이 있다는 것. ㅡ편지를 쓰면 좋겠다, 하고 어제 밤 생각했다.여행가서 먼 나라로 보낸 편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을 때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전해지고 싶은 순간은 이미 지났으니까. 아직 나한테 도착하지 않은 편지 몇 장쯤 있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5.22 시골집 은행나무는 올해도 풍성하게 은행잎 돋아났다.삼백년하고 몇 십년이 지났나.집 앞 살구 나무도 오래되었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장면 속에도 그 나무는 있었으니까. 미워할 거 하나 없다는 생각이 그 나무를 보면서 들었다.내 곁에 가장 오래 살다간 사람이 여든 여덟.가장 짧은 생은 몇이었나. 십년씩 손가락 하나 접으면 열손가락 채 접지도 못할텐데.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될까 10년은 될까. 20년은 될까. 그럼 내 나이가 얼만가, 뭔가 짠해지는 초여름 밤이네. 정말 사랑만 하기도 짧은 생이네. 더보기 5.15 이따금씩 사무치게 그리워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 일이 있다.돌아오는 계단에서, 친구와 하는 별 거 없는 대화에서.사무치다는 말이 이다지도 가깝게 느껴졌던 적이 있나 싶어서사무치다. 하고 소리내어 발음해 보기도 했다.쓰다듬을 수 없다는 거. 돌아선 뒷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거.아무리 달려도 가까워 질 수 없고. 아무리 뻗어보아도 닿을 수 없다는 거. 일찍 누운 저녁 자리에 불어오는 한기 같은.새벽인지 저녁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서문득 내 안에 내리는 서리 같은. 아무리 여며도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는 추위처럼뭔가 내려앉은 마음은 어디가 시작이였나. 더보기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65 다음